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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생들과의 일화
법성화 2015-07-06 07:32:13, 조회 : 1,218, 추천 : 0
  첨부파일 : 연꽃14.jpg (87kb)   다운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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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중으로 돌아다니 던 때 산짐승들이나 새들이
나에게 상처에 바르는 약초를 갖다 주거나 먹을 것을 물어다 떨어뜨려준 예가 많았다.
그런데 그 동물들은 모두 어느 때 내가 그들을 한마음으로 사랑하고 도왔기 때문에 이러노라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가엾은 사람이나 못배운 사람, 못난 사람에게 더 끌린다. 그래서인지 축생에게도 마음이 끌린다.
그중에서도 모든 사람과 짐승들이 징그럽다고 싫어하고 미워하는 뱀 따위에게 측은한 마음을 느끼곤 한다.

상원사를 중창하던 무렵에는 일꾼들이 뱀을 잡아서 통에 넣어둔 것을 내가 뱀의 메시지를 듣고 찾아가서 살려준 적도 있다.
나는 산중을 떠돌면서 뱀을 만날 때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했다.
"얘, 제발이지 사람들 눈에 띄지 말아.
네가 그렇게 거죽 모양을 짓고 있으니까 사람마다 너에게 돌팔매질을 하잖니?
그렇다고 사람들 탓도 하지 마렴. 그게 다 네 탓이잖아?
네 업이 중해서 그 모양으로 태어난 거니 남의 탓할 것도 없어. 얘, 제발 다음 생에는 번듯하게 한 번 태어나 보렴."

대개의 짐승들은 자기에게 진정어린 말을 해 줄 때 그 마음에 응한다. 그런 때 뱀이 자기를 쓰다듬어 달라고 했으면 나는 서슴 없이 뱀을 쓰다듬어 주었을 것이고
뱀이 자기를 죽여달라고 했으면 나는 뱀을 죽여 주었을 것이다.

추운 겨울날, 나는 뱀 한 마리를 건지려고 마른 나뭇가지 하나를 꺾기 위해 몇 번이나 굴러 떨어지며 나무꺾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손은 새빨갛게 얼었고 곡기도 없는 몸은 허적허적해서 자꾸만 나둥그러졌지만 나는 그 가련한 친구를 생각하며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뱀 때문에 울고, 개미 때문에 울고, 메마른 물웅덩이에서 말라 죽어가는 올챙이 때문에 울고, 가엾은 어머니 생각 때문에 울고, 아버지, 형제, 세상 사람들 생각으로 울며 떠돌기 그 얼마였는 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속에서 나는 한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미묘한 지를 알았다. 내가 뱀과 한마음이 되었을 때
내 한 몸이 저 뱀 한 마리를 위해 얼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마음 먹었을 때 뱀은 훌륭한 곳으로 천도가 되었다.

산중을 떠돌 때 목에서는 핏덩이가 나오고 잘 먹지를 못해서 허기가 져 몸마저 움직일 힘이 없었다. 나는 바위 위에서 저만큼에다 시선을 던진 채 물끄러미 앉아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뱀 한 마리가 풀 숲에서 나오더니 바위 위로 기어 올라왔다.

나는 진작부터 놀라는 것 따위는 모르는 사람이라 그저 묵연히 바라보았는데 놀랍게도 뱀은 이상스런 나뭇잎을 물고 온 것이었다. 나뭇잎은 뒷면에 솜털이 난 것이었는데,
그 나뭇잎을 바위 위에 갖다 놓으면서 내게 뱀의 메시지가 느껴졌다.

뱀의 뜻인즉, 당신이 나를 구해 준 일이 하도 고마워서 이것을 갖다 드리는 것이니 짓이깨어서 먹고 나으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자기는 몸이 보기에 흉하니 생각 같아서는 당신을 안아주고 싶지만 그만 가야겠노라며 사라졌다.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런 때에 나의 마음과 뱀의 마음은 진정이지 둘이 아니다.
내가 운 것은 나를 살려준 뱀이 고마워서라기보다는, 살아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생명을 가진 것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밑바닥에 깔고 있는 진하디 진한 사랑과 자비와 서로를 살리고 위로하고 구하려는 그 지극하고 처절한 것이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너무도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풀잎들을 바위에 짓이깨어서 입에 넣었다.
너무도 고마운 나머지 가까운 개울에서 물을 두손으로 퍼다가 헹구어서 입을 대고 모조리 다 마시기까지 하였다.
나는 꼭이 살려고, 목에서 올라오는 피 때문에 그 약풀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뭐라 말할 수도 없는 진하디진한 감동, 그것이 나를 울면서 그렇게 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그때 뱀으로부터 받아서 내 각혈이 멎게 되었던 풀을 그 뒤로 가끔씩 찾아 보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일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그 뒤로는 그런 비슷한 경우가 아주 흔해졌다.

한 번은 비둘기가 허기져서 앉아 있는 나에게 옥수수를 물어다 떨어뜨려준 일도 있었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헌인능에서 나무에 기대어 꼬박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깨어 보니 눈이 소복이 내린 가운데 내 주변에는 웬 짐승의 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눈은 잘 치워져 있었던 적도 있다.

청계산에서 겪은 일이다.
어느 날 황혼 무렵 묘지에 기대어 쉬고 있을 때 개미떼들이 열을 지어서 부지런히 이동하고 있었다.
거의 땅바닥이 까맣다싶을 정도로 많은 개미떼였다.
그런데 그 걸음걸이들이 여간 빠르지가 않으므로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개미들이 가는 곳으로 천천히 따라가 보았다.

개미들은 어느 골짜기의 바위 밑에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그곳에 기대어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있자니까 내가 있던 산벼랑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져서 나와 개미들이 옮겨온 그곳을 덮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날 새벽에 비가 약간 오긴 했지만 산이 무너질 정도는 결코 아니었는데 말이다.
때로 인간은 개미만도 못할 때가 있다.

-대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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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니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닝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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