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애욕의 장
게송 338~343
어린 암퇘지 이야기
부처님께서 웰루와나 수도원에 계시던 어느 때, 어린 암퇘지와 관련하여 게송 338부터 343까지를 설법하시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라자가하 성 안에서 탁발하시던 도중 아주 더러운 어린 암퇘지 한 마리를 보시고 가만히 혼자 미소를 지으시었다. 이때 부처님을 모시고 가던 아난다 테라는 왜 부처님께서 미소를 지으시었는지 여쭈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아난다여, 이 어린 암퇘지는 과거 까꾸산다 부처님 당시에 한 마리 암탉이었느니라. 그 암탉은 수도원 식당 가까운 곳에 살면서 빅쿠들의 법문과 경전 독송하는 소리를 매일같이 듣기는 했지만 다만 소리를 들었을 뿐 의미는 알지 못했느니라. 암탉은 뒷날 죽어서 움빠리국의 공주로 태어났는데, 어느 날 공주는 화장실에 갔다가 거기서 구더기가 득실대는 것을 보았느니라. 공주는 그 순간 자기 몸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고, 자신의 몸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벗어나 그 현상을 잘 관찰하여 제 1선정(마음을 어떤 대상에 밀착시켜 마음과 대상 사이에 조금의 유격도 생기지 않게 되면 위따까가 성취되며 그 결과 삐띠(환희)가 일어나는 경지)에 이르렀느니라. 그녀는 그 뒤로도 수행을 계속했고, 죽어서는 브라흐마 천상에 태어났으며, 거기에서 수명이 다하자 아주 오래 전의 과보 때문에 이번에는 어린 암퇘지로 태어 난 것이니라. 여래는 암퇘지의 이 같은 전생을 알고 미소를 지었느니라.”
이때 아난다 테라를 비롯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많은 빅쿠들은 정확하기 이를 데 없는 깜마(業;업)의 법칙을 알고, 큰 두려움을 느끼는 한편 감동에 휩싸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빅쿠들의 그 같은 변화를 아시고 그들에게 욕망의 어리석음에 대해 설법하신 끝에 탁발하시던 길 한가운데에서 다음의 게송 여섯 편을 읊으시었다.
나무가 비록 베어졌더라도
만일 그 뿌리가 견실하고 상처 없으면
다시 거기에서 새싹이 나오듯
미세한 욕망이라도 제거치 않아 남아 있으면
이로 인해 둑카가 자라나고 또 자라난다.
누구든 간에 서른여섯 가지 욕망*의 흐름이
쾌락에 대한 생각으로 강하게 흐를 때
이 같은 환상으로 착각된 그를
정욕의 물결은 휩쓸어가 버린다.
욕망의 물결은 모든 감각기관을 향해 흐르고
욕망의 넝쿨은 육근*을 통해 나타나
육경*에 의해 자라난다.
욕망의 넝쿨이 이같이 자라나는 것을 본 현자는
넝쿨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 버린다.
중생에게는 욕망에 얽힌 행복이 있다.
이들은 쾌락에 집착되어 있어서
쾌락에 빠져 다른 쾌락을 계속 추구한다.
이것이 진정 태어남과 늙음의 원인이거늘!
중생이 욕망에 젖어 넋을 잃음은
마치 덫에 걸린 토끼와도 같나니
그들은 욕망의 족쇄에 얽혀 있어
한량없는 둑카(고통)를 받고 또 받는다.
중생이 욕망에 젖어 넋을 잃음은
마치 덫에 걸린 토끼와 같나니
자기의 욕망으로부터 해탈코자 원한다면
그 뿌리를 뽑아 버리라.
그 뒤 그 어린 암퇘지는 수명이 끝나자 수완나부미 왕실에 태어났다. 그 다음에는 베나레스에 태어났고, 그 다음에는 수빠라까라는 항구 도시에 말장수의 딸로 태어났으며, 거기서 죽자 이번에는 항구 도시 까위라의 한 선원 집에 태어났다. 그 다음에는 아누라다뿌라의 한 귀족 집안 가장으로 다시 태어났고, 그 다음에는 남쪽 나라의 복깐따라는 마을에 수마나라 불리는 사람의 딸로 태어났다. 거기서 그녀는 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수마나라고 불리었다.
뒤에 복깐따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이사해 버려 마을이 황폐해지자 그녀의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디가와삐라는 왕국의 마히무니라는 마을에 집을 짓고 정착했다. 그런데 왕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그곳에 온 대신 락꾼다까 아띰바라가 수마나를 보고 단번에 사랑에 빠져 청혼해 왔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대신이 살던 마하뿐나 지방으로 가서 살았다.
어느 날 아누루다 테라가 마하위하라 꼬띠빱바따 수도원에 머물면서 탁발차 거기에 가게 되었다. 테라는 수마나가 시집와서 살고 있는 집 앞에 서서 탁발을 기다리다가 그녀를 보고 다른 테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생에 어린 암퇘지가 금생에는 대신의 아내가 되었으니 얼마나 신기한 일이겠소!”
수마나는 그 같은 테라의 말을 듣자 자기 전생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크게 감동하여 남편의 허락을 받아 세속을 떠나 빤짜발라까라고 부르는, 여자들만 수행하는 수도원에 들어가 성대한 의식을 치르고 수행자가 되었다. 그 뒤 그녀는 띳사 마하위하라에서 마하 사띠빳타나 경을 듣고 위빠싸나를 열심히 수행한 결과 소따빠띠 팔라를 성취하였다. 그녀는 나중에 다밀라 지방을 여행한 뒤 부모가 살고 있는 복깐따 지방으로 돌아가서 살았고, 깔라까 마하위하라 수도원에서 아시위소빠마 경을 듣고 아라하따 팔라를 성취하였다.
그녀가 마침내 닙바나를 성취하던 날 담마빠다가 독송되는 가운데 만달라라마 수도원의 마하띳사 테라를 비롯한 모든 빅쿠와 빅쿠니, 선남선녀가 두루 모인 가운데, 그녀는 여러 빅쿠들의 질문을 받고 자기의 과거 전생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열세 번 태어나고 죽은 경위를 말해 주었다.
“나는 과거 전생에 인간으로부터 전락하여 암탉으로 태어나게 되었는데 그때 내 머리를 독수리에게 잘리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라자가하의 공주로 태어나 인연을 얻어 세속을 떠나 수행자가 되었고, 그때 제1선정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브라흐마나 천상에 태어났으며, 그 다음에는 수빠라까 항구 도시에 태어났으며, 세상을 떠나자 까위라 항구 도시에 태어났고, 그 다음에는 아누라 다뿌라 지방에 태어난 것입니다. 이 같은 식으로 무려 열세 번의 태어남과 죽음을 겪는 가운데, 어떤 때는 좋은 곳에, 어떤 때는 나쁜 곳에 났었습니다. 그리고 금생에 이르러 세속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여 가정을 떠나 빅쿠니가 되었고, 마침내 아라하따 팔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은 모두 해탈을 위해 마음 집중 수행을 열심히 닦아 생사윤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바랍니다.”
이 같이 간곡하게 타이른 뒤 수마나는 마침내 빠리닙바나를 실현하였다.
[서른여섯 가지 욕망* :육근(六根)을 애욕・물질・비 물질의 셋과 곱하면 열여덟 가지 욕망이 된다. 육근을 쾌락의 욕망(欲愛),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有愛), 존재하지 않고자 하는 욕망(無有愛)의 셋과 곱하면 열여덟이 된다는 설도 있다. 이 열여덟과 별도로 육근의 대상인 여섯, 즉 육경(六境)에 위의 세 가지를 곱하면 열여덟이 된다. 그리고 이 둘을 합한 것을 서른여섯 가지 욕망이라 한다.]
[육근(六根)* :인간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감각 기관. 즉 눈・귀・코・혀・몸 등 오관(五官)과 마음. 이중 오관(물질:色;색:루빠)을 하나로 묶고, 마음(비 물질:名;명:나마)을 넷으로 세분한 것이 오온(五蘊)이다.・]
[육경(六境)* :육근의 대상. 즉, 색깔과 모양・소리・냄새・맛・감촉・사물과 관념 등 여섯 가지. 이것을 육근과 합쳐서 십이처(十二處)라고 하는데, 부처님께서는 “일체(一切)란 바로 십이처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성숙을 위한 아픔 - 도신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