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애욕의 장
게송 347
케마 빅쿠니 이야기
부처님께서 웰루와나 수도원에 계시던 어느 때, 마가다국 빔비사라 왕의 왕비로 뒤에 출가한 케마 빅쿠니와 관련하여 게송 347번을 설법하시었다.
케마(Khema)는 마가다 국 빔비사라 왕의 왕비로 과거 전생에 빠두뭇따라 부처님 앞에서 큰 원을 세운 공덕으로 금생에 뛰어나게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지니고 태어났다. 그런데 그녀는 자기의 빼어난 외모를 의식하여 지나치게 교만하였고, 자존심도 대단했다. 그래서 빔비사라 왕은 왕비가 부처님을 뵙게 되면 혹 마음을 다스리게 될까 생각하여 왕비로 하여금 웰루와나 수도원으로 부처님을 찾아가 보라고 몇 번이나 권했다. 그런 한편 그는 그녀가 워낙 미모여서 그만한 미모라면 자존심을 가질 만도 하다고 내심 이해하고 있기도 하였다.
케마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부처님께서는 미모 같은 것은 경멸하고 무시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부처님 뵙기를 기피하고 있었다. 그래서 왕은 웰루와나 수도원의 평화롭고 기쁨이 넘치는 분위기를 잘 전하는 노래를 짓게 하여 가수로 하여금 그 노래를 왕비가 들을 수 있는 곳에서 부르게 했다. 그랬더니 케마 왕비는 가수가 부르는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기쁨이 넘치는 노래를 듣고 처음 들어본 노래이므로 가수를 불러
“네가 노래로 예찬하는 동산은 어느 동산이냐?”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자 가수는
“왕비님, 저는 지금 웰루와나 동산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왕비는 웰루와나 수도원을 찾아가 보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되었다.
마침내 왕비가 웰루와나를 찾게 되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같은 사실을 아시자 케마 왕비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운 환상의 인물을 만드시어 그녀들로 하여금 종려나무 잎을 들고 부처님께 부채질을 하게끔 하시었다. 케마 왕비는 웰루와나 수도원에 들어가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곳으로 갔다. 그녀는 거기서 부처님 주위에 많은 미인들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최정각을 이루신 부처님께서는 아름다운 용모에 대해 경멸하신다는 이야기를 항상 들어 왔었다. 그런데 부처님께 아름다운 처녀들이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구나. 아, 저 처녀들에 비한다면 나의 미모는 실로 보잘것없다 하겠다. 아무튼 사람들이 내게 해준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부처님 곁에 있는 아름다운 처녀들을 바라보느라고 왕비는 설법에 정신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케마 왕비가 환상으로 지어진 처녀들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갖는 것을 아시고, 처녀들을 차츰 성숙한 여인으로 바꾸시다가 마지막에는 추한 늙은이로 변모시키시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그녀들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결국은 뼈를 둘러싸고 있는 가죽 주머니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 주신 것이다.
케마 왕비는 아름답던 처녀들이 그같이 늙어가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크게 느낀 바가 있었다. 그녀는 아주 영특한 여성이어서 곧바로 이같이 생각했다.
‘아,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도 결국은 늙어 죽는 것이로구나. 아, 참으로 물질로 구성된 이 몸은 영원한 것이 못 되는구나.’
이때 부처님께서는 왕비가 그같이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그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왕비여, 그대는 몸의 아름다운 모습을 참된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도다. 자, 이제 몸이란 영원하거나 참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가? 왕비여, 그대는 마땅히 사대오온(四大五蘊)으로 구성된 이 몸을 질병과 더러움이 흐르는 것으로 볼지니라. 오직 어리석은 자들만이 그런 육신에 집착하여 육신을 구하고자 갈망을 일으키느니라.”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케마 왕비는 소따빠띠 팔라를 성취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시었다.
“케마여,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은 욕망 때문에 죽고, 증오와 미움 때문에 타락하며, 어리석음의 환상에 빠져 있느니라. 이들은 자기의 욕망과 갈망으로 인해 윤회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나니, 다만 윤회에 얽매여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중생은 정욕에 넋이 빠져
스스로 만든 욕망의 흐름에 잠겨 버린다.
마치 거미가 줄을 치고 그 속에 숨듯이.
현자는 욕망을 미련 없이 끊고 수행하여
모든 둑카로부터의 자유를 얻는다.
부처님의 이 설법이 끝나자 케마 왕비는 곧 아나가미 팔라를 성취하였고, 법회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도 큰 이익을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마가다 국왕 빔비사라에게 말씀하시었다.
“대왕이여, 케마 왕비는 이제 세상을 떠나 빅쿠니 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곧바로 빠리닙바나를 성취해야만 하게 되었소.”
그러자 왕이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왕비를 빅쿠니가 되게 해주십시오. 저는 왕비가 빠리닙바나에 드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리하여 케마는 세속을 떠나 빅쿠니가 되었고 계속 수행하여 마침내 아라하따 팔라를 성취하였으며, 부처님의 빅쿠니 제자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었다.
당신이 오시는 날에 - 김동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