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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1
법광(法光) 2019-12-15 22:50:17, 조회 : 1,185, 추천 : 0



01 불교에서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연말이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각종 시상식을 거행한다. 그 자리에서 1년 동안 자사自社를 빛낸 연예인들을 치하하고 보상한다. 2014년에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진 중견 탤런트 김혜옥 씨도 공로를 인정 받았다. MBC 연기대상 여자 부문 황금연기상. 상패와 꽃다발을 거머쥔 그녀는 연단에 올라 방청객과 시청자에게 인사를 전했다. 소감의 마지막이 유달랐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저력 가운데 하나가 보수 개신교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해방 이후 미군정의 후원 속에 추진력과 조직력을 쌓았다. 교육과 복지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고, 힘 있는 공직자와 정치인도 많이 냈다. 하여 신흥 귀족을 양성하는 요람인 연예계에도 기독교인이 다수다. 특히 세밑의 쫑파티 생중계에서 분바른 크리스천들의 종교적 정체성은 한껏 꽃을 피운다. 말끝마다 “하나님께 영광을 바친다”는 발언은 각 잡힌 군대를 닮았다. 불교 신자나 딱히 종교가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마뜩찮고, 혹자는 볼썽사나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공식 석상에서 당당하게 부처님을 불러낸 김 씨의 행동은 소수자의 용기라 할 만하다. 물론 그저 불교를 편들어주었다는 이유로 치켜세우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에 대한 반항 혹은 견재 심리로 ‘부처님’을 경배하는 배우와 가수는 더러 있다. 다만 단순히 ‘부처님’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이라고 적시한 혜안에 관해 말하고 싶다. 그녀는 ‘가르침’이란 단어에 엑센트를 줬다.


부처님은 전능하지 않았다. 먹어야 했고 죽기도 했다. ‘내가 세계를 찬조하고 주재한다’고 선언하지 않았고 ‘나를 믿으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아난다여, 내가 비구들을 이끈다거나 내가 승가를 좌지우지한다고 생각지 말라. 승가의 어떤 문제에 대해 내가 명령을 내린다고 생각하지 말라. (부처님의 생애)“ 부처님은 신성에 기대거나 숨지 않았다. 지독할 정도로 이성을 추구했다. “소문으로 들린다 해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라 해서, 남들이 ‘그렇다고 하더라’ 해서, 성전에 써 있다고 해서, 그럴듯하다 해서, 그럴싸한 사라이 한 말이라 해서, 논리적이라서, 심지어 사색으로 얻은 확신이라 해도 그대로 따르지는 말라. (아함경)”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 부처님의 유훈이자 수행의 핵심을 일러주는 법문이다. 당신이 임종에 이르렀을 때 지근거리에서모시던 제자 아난다가 최후의 설법을 청했다. 이에 부처님은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른바 ‘진리’라는 것도, 자신의 설교가 아니라 사실적이로 객관적인 원리임을 주지시키고 있다. 유언의 요지는 주체적 사유와 판단으로 진리를 검증하고, 검증됐다면 실천하라는 독려다. 부처님의 가치중립적 명칭인 ‘붓다’라는 말부터가 ‘진리를 깨달은 인간’이란 의미다. 그는 신앙으로 추청되는 게 아니라 지성으로 입증되는 자다. 불교는 절대자에 대한 믿음의 아니라 스스로의 성찰로 완성되는 종교다. 결국 ‘나’로부터 시작되는 걸음이요 울림이다.

“진리를 알지 못해 어리석은 사람에게 생사의 밤길은 길고도 멀다. 잠 못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은 멀 듯이. (법구경)” 현실은 누구에게나 버법고 미래는 막막하다. 더구나 죽음이라는 마지막 재앙 앞에서 모든 생명은 비참하고 쓸슬하다. 그래서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어떤 초월적인 존재를 설정하고 거기에 미약한 자기를 의탁하려는 습성을 지닌다. 종교는 이렇듯 원초적 불안 심리에서 촉발된 정신문화다. 성직자들은 복잡하고 난해한 상징체계로 그들의 신에게 무궁한 권위를 부여한다. 그리고 신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일에 참된 행복이 있다며 예배와 순종을 재촉하는 구조다.

반면 불교는 신의 길이 아니라 인간의 길이며, 믿음의 길 이전에 슬기의 길이다. 맨땅과 맨발의 역사다. 하늘을 우러러 빛을 구걸하는 삶이 아니라, 바닥부터 끌어올린 힘으로 어둠을 밀어내는 삶이다. 자기주도적 방식으로 깨달음을 구하고 깨달음에 따라 행동할 것을 권하는 종교는 인류사에서 불교가 유일하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신이란 인간의 나약과 미망을 먹고 자라는 헛것에 불과하다. 미안하지만, 인간이 신을 창조한 것이다!

6년 고행에 들어가기 전, 총명했으나 아직은 범부였던 싯다르타는 이렇게 다짐했다. “나는 반드시 붓다가 되리라. 짊어진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듯.” 세계는 나의 태어남으로 나타나고 나의 눈뜸으로 비로소 열린다. 나의 고통을 누군가 위로할 순 있어도 대속할 순 없다. 삶은 나만이 견딜 수 있는 업業이요, 내게서만 가능한 복福이다.

불교정화운동의 주역으로 조계종 제2대 종정을 지낸 청담 스님은 “육신은 유한하되 법신은 영원하다”는 열반송을 남겼다. 삶의 진면목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 있다는 교훈이다. 한겨울 산골에서 보름을 굶으며 정진했던 인물이고, 새까만 후배에게 뺨을 맏아도 끝까지 인내하며 기어이 설복시켰던 인물이다. 이와 같이 위대한 인생은 위대한 성찰과 단련으로 만들어진다. 부처님은 그의 신분이나 위세나 전설이 아니라, 그의 가르침 때문에 ‘부처님’이다. 당신이 피를 짜고 뼈를 녹여서 일군 지혜 덕분에 이제껏 불교가 있고, 지금 내가 이렇게 쓰고 있다.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가치를 남겼느냐로 가늠된다. 얼마나 많은 음식을 축냈느냐가 아니다. 제아무리 ‘금수저’ 라도 함부로 다루면 부러지는 법이다.



당신은 나의 부처님 - 버뮤티

법광(法光) [2019-12-15] : 안녕하세요. 장웅연 님이 출판한 책을 이곳으로 사경해 봅니다. 첨엔 일지스님의 "불교인문주의자의 경전읽기"를 사경할려고 했으나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담으로 미루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기도합니다..
眞虛性宗 [2019-12-16] : 법광 거사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다시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거사님의 빠른 쾌유와 건강회복을 기원드립니다.
운암(雲庵) [2019-12-16] : 법광거사님 속히 쾌차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합장
普德華 [2019-12-16] : 법광거사님 반갑습니다.부처님의 가피로 빠른 쾌유하시기를 기원드리고 덕분에사경해 주시는 말씀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_()_
오도행 [2019-12-16] : 법광거사님 오랫만입니다. 바쁘신줄 알았더니 불편하셨군요. 부처님 가피로 빠른 쾌유를 기도드리며 사경덕분에 많은 공부를 할 기회를 주시여 고맙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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