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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6
법광(法光) 2019-12-25 21:55:50, 조회 : 1,214, 추천 : 0



06 스님들은 언제부터 채식을 했나?


건강과 다이어트 또는 육식에 대한 혐오로 채식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뜯어보면 채식주의자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얼마나 완전한 채식에 근접해 있느냐에 따라 베지테리언의 등급을 나눈다. 세미는 주로 채식으르 하되 때때로 육식을 즐긴다. 페스코는 육류는 삼가지만 생선, 달걀,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다. 락토-오보는 유제품과 달걀까지는 스스로 허용하며, 락토는 유제품까지만 섭취한다. 오로지 채소만 씹는 비건은 가장 독한 사람들이다.

알다시피 스님들은 모두 원칙적으로 채식주의자다. 불살생의 계율을 지키기 위해서다. 심지어 채소 중에서도 가리는 식재료가 있는데, 이름하여 ‘오신채’다.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로 다들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심한 점이 특징이다. 마음을 어지럽히고 성욕을 유발하므로 피한다. 한편 흥거는 백합과의 식물로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승가에서는 그 대신 양파를 금하고 있다. 사찰 음식에는 오신채를 절대 넣지 않는데, 그럼에도 맛있다.

흥미로운 점은 부처님은 사실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부처님을 비롯한 초기불교 수행자들은 탁발을 통해 음식을 구했다. 음식을 가리지 않았으며 오직 신도들이 주는 대로 먹었다. 외려 고기가 싫다고 발우에서 고기를 빼면 그게 욕먹을 일이었다. 스님에 대한 보시로 공덕을 쌓으려는 중생의 성의를 저버리는 행위였던 탓이다. 물론 아무고기나 먹을 수 있던 것은 아니다. 지혜로운 데다 매사에 주도면밀했던 부처님은 율장에다가 먹어도 되는 고기를 선별해 기입했다.

핵심은 사적인 욕심과 결부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의 세 가지 고기만 제자들에게 허락했다. 하나, 자기를 위하여 죽이지 않은 짐승의 고기. 둘, 자기를 위해 짐승을 죽였다는 말을 남에게서 듣지 않은 고기. 셋, 자기를 위해 죽인 짐승이 아닐까 의심이 들지 않는 고기. 이를 일컬어 삼정육三精肉이라 한다. 나중에 자연사한 동물의 고기와 새가 뜯어먹고 남은 고기, 이 두 가지를 추가해 오정육五淨肉까지를 인정했다. 단, 코끼리, 말, 뱀, 개의 살점은 오정육이더라도 씹지 못하게 했다. 남방 불교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전통이다.

불교에서 육식을 일절 불허한 시기는 대승불교가 확대되면서다. 조계총림 송광사 율학승가대학원장을 지낸 도일 스님은 저서 『불자로 산다는 것』에서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에 자비심을 가져야 한다는 보살 사상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또한 “『열반경』을 위시한 대승의 경전들은 일체의 육식을 금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보살계에도 ‘고기를 먹지 말라’는 조목이 있어 불자들의 탐욕과 아기심을 제어하는 상황이다. 『열반경』이 대승불교가 발흥한 기원전 3세기에서 1세기 무렵 사이에 편찬되었음을 감안하면, 승가의 채식주의 역시 그즈음 발효됐으리라 추정된다.

그러나 같은 대승불교권인 티베트에서는 육식이 일상화되어 있다. 땅뙈기 전체가 사막이고 고원이어서, 곡물을 재배하기가 힘들다는 게 주요 원인이다. 반면 중국과 한국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는 풍습이 완연하게 자리를 잡았다. 티베트와는 반대로 농경문화가 정착한 덕분이다. “하루 일하지 않았으면 하루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는 구절로 유명한 백장청규百丈淸規나 한국에서 모범으로 여겨지는 선농일치禪農一致 가풍에서 보듯,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경작이 탁발을 대체했다. 생명체만이 아니라 생활양식도 최적의 삶을 향해 진화하게 마련이다. 다만 생명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건 변해서는 안 되는 철칙이다.





산사에 들어 - 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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