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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8 21:57:18, 조회 : 1,177,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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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절에서는 왜 여성을 ‘보살님’이라고 부를까?
보살은 대승불교에서 지향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스스로 깨달음을 추구하고 깨달음을 통해 얻은 자비를 남에게 베푸는 자를 가리킨다. 보리살타의 준말이며, 산스크리트 보디사트바의 한역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최고의 지혜는 공空에 대한 통찰이다. 그리고 자비는 공을 내면화한 상태이자 행위이다. 부산 정해학당 원장 요경 스님은 “보살은 ‘자아’가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를 높이려는 마음이 도리어 나를 무너뜨리는 법이다. 많이 봐왔고 많이 겪었다.
그러므로 보살이란 원수도 사랑할 수 있는 자이며 지옥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자이다. 물론 깨달음을 향한 길은 험하고 지난하다. 완전한 자비는 ‘자아’라는 욕심과 자존심을 통째로 내려놓을 때에야 가능하다. 곧 보살이 되기란 몹시 어려우며, 주면에서 목격하기도 아주 드문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절에서만큼은 ‘보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여성 신도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용수는 대승불교의 논리적 토대를 닦은 『중론』을 썼고, 제친은 『중론』을 계승해 유식학唯識學을 완성했다. 그리하여 용수 보살이나 세친 보살처럼 불교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스님들을 보살이라고 높여 이르는 경우는 있다. 과거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훌륭한 고승에게 국가 차원에서 보살이라 칭호를 하사하기도 했다. 오늘날 남성 신도는 흔히 거사居士나 처사處士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세속에서 머무는 사람이란 뜻으로 가치중립적이다. 반면 여성 신도에 대한 보살이란 호칭은, 어찌 된 영문인지 평범한 아줌마들을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은 셈이다. 평신도에게 보살이란 극존칭을 남발(?)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관습이다.
이에 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여신도의 두터운 신심에서 단서를 찾기도 하고, 관세음보살의 여성화를 연원으로 짐작하기도 한다. 특히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을 지닌 주장이 눈길을 끈다. 1950년대 대처승으로 대변되는 왜색불교 척결과 청정비구승 전통의 복원을 내건 불교정화운동은 오늘날 대한불교조계종의 단초이자 한국 현대불교사의 분기점이었다. 이때 불교의 정통성 회복에 대한 여성 신도들의 지지와 성원이 거사의 성공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후 이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해 ‘보사保寺님(사찰을 보호하다)’으로 부르자는 의견이 비구 스님들 사이에서 나왔다는 전언이다. 그리고 보사님이 보살님으로 말랑해지면서 지금껏 통용되고 있다는 추측이다.
이에 반해 불교정화운동 때보다 훨씬 앞선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에 일반화됐다는 의견도 보인다. 실제로 1930~40년대에 출가한 스님들에게 문의하면, 이미 그때에도 보살님이란 표현이 자연스러웠다고 증언한다. 한걸음 나아가 조선시대부터 그랬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갖는다. 경주 불국사 회주 성타 스님은 1958년 통도사 강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강주였던 운허 스님의 설명을 똑똑히 기억한다. “알다시피 조선 왕조의 억불정책으로 불교는 고사 위기에 놓였다. 임금과 벼슬아치는 말할 것도 없고 시정잡배들조차 무시했다. 그때 불교를 돕던 유일한 부류는 여염집의 아낙네들이었다. 지극정성으로 공양을 올리고 국가에 의해 공식적으로 천대받는 스님들을 스승으로 극진히 섬겼다. 아무도 대접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그들이 불교의 명맥을 이어주었으니, 보살이라 존대할 값어치는 충분했다.”는 게 운허 스님의 확신이었단다.
더불어 1892년 부산 범어사에서 열린 기록이 보이는 등 20세기에 즈음해 전국 사찰에서 보살계 수계 법회가 성행했는데, 보살계를 받은 신도들에 한해 보살이라 불렀다고 한다. 당시의 보살계 법회도 오늘날의 풍경과 같이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법하다. 보살계 법회에서 보살이란 호칭의 유래를 추정하는 근거다. 어쩌면 보살이란 음절이 지닌 여성적 뉘앙스도 한몫했을 것이다.
수많은 불교 경전에서 그려지는 보살은 하나같이 자비의 화신이다. 남자보다 월등히 절을 자주 찾아 시주를 하고 스님을 받드는 여신도들의 모습에서는 응당 보살이 연상된다. 2001년 발간된 『왕초보 불교박사 되다』란 책에서 보살의 어원을 풀이한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조선시대가 기원이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며 “부처님을 극진히 믿고 사찰에 보시를 아끼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보살은, 엄마다.
내 마음 보살되어 - 이은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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