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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6 23:45:21, 조회 : 1,084,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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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탑의 층수는 왜 다 홀수일까?
아사달과 아사녀의 로맨스가 서린 경주 불국사 석가탑, 남한 국토의 한가운데에 있어 일명 중앙탑이라 불리는 중원 탑평리 7층 석탑, 통일 신라시대 수도 경주의 '랜드마크' 였다는 황룡사 9층 목탑. 당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었다는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또 하나는 탑의 층수가 모두 홀수라는 것. 우리나라의 불탑을 살펴보면 2·4·6·8 등 짝수로 된 층급層級은 매우 드물다. 대다수 3·5·7·9 등의 홀수로 구성돼 있다. 불교의 교리나 사상에 바탕을 둔 구조는 아니다. 동양의 우주관인 음양오행의 흔적이다.
기수奇數, 곧 홀수는 양陽의 수이고 우수偶數, 곧 짝수는 음陰의 수다. 양을 위치와 가치에 대입하면 상上, 전前, 고言가 된다. 인사人事로 볼 때는 귀, 존, 길, 복 따위에 해당한다. 그 반대인 음에 필적하는 개념은 하, 후, 저, 천, 비취, 흉, 화다. 탑의 층수를 정함에 있어 양의 수를 택했다는 것은 음의 수를 배척하겠다는 취지다. 당연한 일이었다. 탑은 부처님을 존하고 복을 바라기 위해 만들어졌으니까.
홀수 각각은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3은 완전성을 갖춘 수로 천지인 天地人, 삼재를 표상한다. 또한 삼양개태(봄날의 시작), 복록수 삼성(행복과 출세와 수명을 담당하는 세 개의 별), 세한삼우(추운 겨울날 위로가 되는 세 명의 벗. 소나무·대나무·매화나무)와 같은 개념에서 보듯 길상과 천우를 암시한다. 아울러 5는 십진법의 가운데에 자리한 숫자다. 『설문說文』에 의하면 5는 천위의 수다. 목· 화·토·금·수의 오행에 응하기도 한다. 7은 천지인과 함께 사계 절을 상징하는 수이며 북두칠성은 일곱 개의 별이다. 마지막으로 9는 양이 완성된 수다. 구천, 구중궁궐에서도 사용되는데,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뜻이다. ‘오랠 구’ 와 발음이 동일해 장수와도 연결된다.
물론 “그러면 국보 제2호인 원각사 10층 석탑은 어찌된 영문이냐” 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정답을 말하자면 단순히 '10'이 아니라 '3'과 '7'의 조합이다. 탑을 자세히 살펴보면 평면이 아亞’ 자형을 이루는 아랫부분의 3층과 일반형 석탑과 같이 방형方形으로 된 윗부분의 7층으로 구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홀수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10층이지만, 철저하게 홀수 우대의 관습을 기반으로 조성된 탑이다.
한편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으로 소실된 전설 속의 황룡사 9층 목탑에는 동북아시아의 통일을 꿈꾼 신라 선덕여왕의 야심이 배어 있다. 삼국통일 전인 서기 643년 건립됐다. 『삼국유사』 「탑상」편에 따르면 그녀는 주변의 이민족을 신령의 힘으로 무릎 꿇리겠다는 뚝심으로 까마득한 높이의 9층 탑을 세웠다. 제1층은 일본, 제2층은 중국, 제3층은 오월吳起, 제4층은 탁라(탐라), 제5층은 응유(백제), 제6층은 말갈, 제7층은 단국(거란), 제8층은 여적(여진), 제9층은 예맥을 상징한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을 역임한 허균 씨가 쓴 책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에 나오는 내용이다. 예맥은 고구려의 기 원이 되는 종족이다.
연꽃에 물들다 - 박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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