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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8 00:08:16, 조회 : 1,229,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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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혜명화, 무량심, 진여성... 여성 신도의 법명은 왜 세 글자일까?
계戒는 불자가 지켜야 할 행동 지침이다. 오계五戒가 기본이다. 다른 ‘생명을 죽이거나 피해를 입히지 말라’는 불살생不殺生, ‘거짓말하지 말고 욕하지 말라’는 불망어不妄語, ‘외간 남녀와 바람을 피우지 말라’는 불사음不邪淫,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거나 주지 않은 것을 가지지 말라’는 불투도不偸盜, 그리고 ‘이 모든 악행을 유발하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불음주不飮酒. 이 다섯 가지를 가리킨다. 느끼는 주당들이 많을 것이다.
스님이나 신도나 계와 함께 받는 것이 있다. 법명法名이다. 법명을 부여하는 일은 매우 오래된 전통이다. 부처님 당시에도 있었다. ‘아나따 삔디까’ 장자長者의 경우 부처님에게 귀의하기 전의 이름은 ‘수닷타’였다. 장자란 부유한 사람을 뜻한다. 사리불 존자의 본명은 '우빠핏사' 였는데, 부처님 문하에 들어선 후에는 ‘사리舍利의 아들'이란 뜻을 지닌 ‘사리푸트라'로 기록됐다. '사리'는 지혜다. 속명이 '꼴리따'였던 목련 존자 역시 출가하면서부터는 ‘마하목갈라냐’로 불렸다.
법명은 한국불교에서도 보편적인 문화다. 어른 스님들이 ‘제2의 인생’을 축복하며 새로 지어주는 이름이다. 불교에 입문한 만큼 참된 부처님의 제자로 거듭나라는 취지다. 불명 또는 계명이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스승에게서 받았다 해서 평생 그 이름으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스님들도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스로 개명도 한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다.
스님이 신도에게 법명을 줄 때 일정한 패턴이 있기는 하다. 법명을 받는 당사자의 신심信心과 원력願力을 독려하고 선행善行을 촉진하기 위해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올곧게 수행 정진하라는 차원에서 주로 법명에 법法이나 진眞을 넣는다. 성격이 모난 이에게는 원圓이나 자慈와 같은 한자를 붙여 너그러움과 친화력을 일깨운다. 물론 정해진 규칙은 없다. 내용이 불교적이고 듣기에 거북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무방하다.
불교 교단은 비구(남자 스님)와 비구니(여자 스님), 우바새(남자 신도)와 우바이(여자 신도)로 구성된다. 그래서 사부대중四部大衆이다. 이상한 것은 통상적으로 법명은 두 글자이지만, 유독 여성 신도에게는 세 글자로 된 법명을 준다는 점이다. 혜명화, 무량심, 진여성 등이 비근한 사례다. 마지막 글자인 화華, 심心, 성性은 일종의 접미사적 성격을 띤다. 이밖에도 각覺, 광光, 덕德, 도道, 도度, 등燈, 력力, 신信, 행行, 향香 등의 음절이 사용된다.
세 글자 법명은 한국불교에만 있는 독특한 관습으로 알려졌다. 그래야 한다는 경전적인 근거가 있는 것도, 언제부터 그랬다는 문헌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조선시대 후기부터 시작됐다고 추정할 따름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난 이후 대대적인 경전 판각 사업이 전개 되는데, 시주자 명단에 세 글자 법명이 발견된다는 전언이다. 여하튼 오늘날까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별다른 의심이나 불만 없이 받아들이는 관행이다.
최근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법명의 유형과 원리 분석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 역시 세 글자 법명과 관련해 명쾌한 해답은 내놓지 못했다. 그래도 불교 전반에 해박한 전문가다. “여성 불자들이 남성보다 적극적으로 신행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를 더욱 격려한다는 맥락에서 한 글자를 더 붙인 것이 아닌지 추측해 볼 뿐”이라고 밝혔다.
‘치마 불교’라는 말에서 보듯, 우리나라 여성 신도의 열성적인 신심과 원력은 유명하다. 이들의 보시와 봉사 없이 사찰이 존속되기 어렵다는 건 모든 스님이 인정하리라 확신한다. 결국 세 글자 법명은 이들의 실천적 성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게 현재로선 가장 그럴듯하다. 예컨대 여래심如來心이란 법명엔 ‘부처님과 같은 마음을 내라’는 당부가 깔려 있다. 혜명화도 ‘부처님의 지혜 광명을 실제로 꽃피우라’는 것이다.
차나 한잔 하고가게 - 석지연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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