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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9 18:16:39, 조회 : 1,161,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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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어떤 스님을 ‘큰스님’이라고 부르나?
지위와 덕망이 높은 노스님을 흔히 ‘큰스님’이라고 부른다. ‘큰스님 계십니까?’ '저의 큰스님(은사)께서는’ '○○큰스님 초청 수계법회' 등등 불자들에겐 낯익은 단어다. 대사大師를 순우리말로 옮긴 존댓말로 추정된다. 달마 대사, 서산 대사, 사명 대사 할 때의 그 대사다. 스님의 유력한 어원이 ‘스승님’이니, 그럴 법도 하다. 과거의 승려는 당대의 사상 계를 주도하고 인민을 계몽하던 지성인이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등재된 사전적 의미는 ‘덕이 썩 높은 생불生佛.’ 당연히 표준말이다. 큰스님의 어감은 입에 착착 감기는 편이다. 울림 소리(ㄴ, ㅁ)와 안울림소리(ㅅ)가 적절하게 배합된 결과다. 고유어에서 비롯된 푸근한 정서도 폭넓은 통용에 한몫하고 있다. 부르는 사람의 마음이 애틋하고 무엇보다 듣는 스님도 흐뭇하다. 다만 큰스님의 기준이란 게 딱히 명확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연로해 보이고 명망이 있다면 큰스님이라고 존칭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야 괜한 핀잔과 뒷말을 면한다. 그러나 과유불급. 큰스님의 지나친 남발은 큰스님의 무게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불교계 종사자들은 간혹 서로에게 큰사무장, 큰종무원, 큰팀장, 큰기자 운운하며 우애를 다진다. 일견 큰스님에 대한 희화화가 깔린 농담이다. 또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큰스님이라고 지칭할 경우 외려 결례가 될 수도 있다. ‘참 대단하십니다그려’라는 반어법의 느낌이 난다. 이와 함께 스님이 자기를 ‘○○스님’이라고 높여 부르는 일도 일견 부자연스러운 어법으로 들린다. 대통령이 스스로를 '대통령님'이라고 지칭했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십상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하튼 큰스님이란 호칭은 오래된 전통으로 짐작된다. 옛날 신문을 뒤지면서 얻어낸 추론이다. 1971년 3월 27일자 「동아일보」에는 ‘수도승 견성성불과 중생제도로 가는 번뇌와 고행'이란 제하의 특집이 실렸다. 여기에 '청담 큰스님'이란 표현이 등장하는데, 전산화된 신문 기사에서 볼 수 있는 최초의 큰스님'이다. 불교정화운동의 주역이자 조계종 제2대 종정을 지낸 청담 스님을 가리킨다. 그해 청담 스님의 입적을 보도한 기사에서도 스님은 큰스님으로 기려졌다(1971년 11월 19일자, 「경향신문」 「매일경제」). 큰스님이란 단어 사용에 대해 특별한 각주나 신조어란 설명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이때에도 자연스럽게 유통 되던 낱말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큰스님에게 내력을 여쭤볼 만큼 궁금했다. 1953년에 출가해 조계종 포교원장 등을 지낸 경주 불국사 회주 성타 스님은 “내가 입산 할 즈음에도 큰스님이란 표현은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쓰였다”고 회상 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많은 어휘의 한글화가 진행되면서 백성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정착됐을 것”이라고 견해를 전했다. 고승대덕高僧大德과 같은 딱딱한 한자어가 정다운 우리말로 거듭났으리란 이야기다.
한편 큰스님에 값하는 존칭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화상和尙이다. 가 르침을 주는 본보기를 일컬으며, 종단의 전계대화상傳戒大和尙은 스님들의 수계授戒를 관장하는 최고의 어른이다. 더불어 선수행에 조예가 깊으면 선사, 계율에 투철하면 율사, 경전에 해박하면 강백으로 기린다. 선지식善知識 역시 경지에 이른 수행자이자 귀감이 되는 지도자를 받드는 말이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고요할 선’이 아니라 ‘착할 선善'이다. 조계종의 원류가 선종이고 한국불교가 선을 중시하는 대세이다 보니, 가끔 착각하는 이도 있다.
큰스님이란 공경과 예우에는 신도들의 순정한 존경심이 묻어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큰스님이 있으면 작은스님도 있겠네”라고 비꼬며 차별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비판한다. 부처님 아래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일불제자의 논리에 따른 손가락질이다. 사실 큰스님 호칭의 여부는 당사자의 내실이 아니라 위세에 근거해 판단하는 일이 허다하다. 속물들을 위한 높임말은 아니어야겠다.
부처님 법 안에서-정행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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