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방송게시판
|
|
|
|
![]()
|
|
2020-02-20 00:22:58, 조회 : 1,186, 추천 : 0 |
|
|
|
|
33 법당에 밥을 하루에 한 번만 올리는 까닭은?
사찰의 일상은 으레 새벽 3시(기상)부터 저녁 9시(취침)까지다. 그리고 하루의 처음과 끝은 예불禮佛로 시작하고 매듭짓는다. 예불이란 말 그대로 부처님에게 인사를 드리는 의식이다. 스님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한 번,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인 사시巳時에 한 번, 일과를 마치면서 한 번(저녁 6시 무렵), 이렇게 하루에 세 번씩 법당의 부처님 앞에서 예불을 올린다. 출가할 때 부처님과 약속한 수행과 전법의 의지를 다잡는 시간이다.
사시 예불에는 불단佛壇에 특별한 물건이 올라간다. 바로 부처님에게 공양하는 밥인 ‘마지'다. 사시 예불 시각은 통상적으로 오전 10 시다. 이즈음의 절에서는 스님이나 신도가 커다란 밥그릇을 받쳐 든 채 법당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를 공양하기 위한 발걸음이다. 이때 밥그릇은 반드시 오른손으로 들고 어깨 위로 올려야 한다. 만중생의 지고한 스승인 부처님을 향한 경배의 마음을 상징한다. 더불어 신성한 스승을 위한 밥을 대접하는 일이니, 필히 의례가 따른다. 마지를 올리고 나면 보통 『천수경』을 독송한다.
밥을 나르는 방법뿐만 아니라 밥의 양에도 절절한 예경심이 넘친다. 마짓밥은 그야말로 고봉밥이다. 큼지막한 놋그릇에 쌀밥을 수북하게 담아 진상한다.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밥을 매끈하게 다져 둥그렇게 매조지한 형태는 푸짐하면서도 기술적이다. '밥벌이’ ‘밥벌레' '밥도둑' ‘밥은 먹고 다니냐?' 등등 한국인 특유의 밥에 대한 애착과 ‘밥이 보약'이란 오랜 믿음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반면 맨밥만 가득히 올리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불교에서는 아이 주먹만 한 밥 한 공기와 너덧 가지의 찬을 내는 것이 풍습이다. 중국에서는 이른바 대륙적 기질과는 자못 상반되게 간장 종지만 한 그릇에 밥이나 생쌀을 담는다.
아울러 '마지'란 단어가 독특하다. 얼핏 산스크리트의 음차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출처가 없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맞이하다'라는 순우리말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말하자면 부처님을 맞이하기 위한 밥이니까. 또 옥편을 샅샅이 뒤지면 ‘마’와 ‘지’ 자에는 각각 가까이 하다와 맛이라는 의미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외래어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낱말에 그 뜻에 부합하는 한자를 끼워 맞춘 역번역으로 짐작된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 원철 스님의 견해다.
마지는 하루에 한 번 사시에만 올린다. 이유는 간명하다. 생전의 부처님이 하루에 한 번, 이 시간대에만 드셨기 때문이다. 일일일식과 오후불식은 부처님을 비롯해 당신의 제자들이 철석같이 지켰던 계율이다. 무소유와 절제를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최초의 승단은 아침에 저잣거리로 나가 탁발을 해서 모아 온 음식을 먹고, 이후 에는 철저히 금식했다. 무더워서 밥이 상하기 십상인 남방의 불교에서는 지금껏 준수되는 원칙이다. 이와 달리 사계절이 뚜렷해 저장식이 가능한 북방 불교권에서는 삼시 세끼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도입됐다.
한편 한 끼만으로 하루를 버텨내야 하니, 최대한 정오에 가까운 시각에 수저를 드는 것이 일종식의 관례다. 그런데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 법. 부처님 당시에도 타고나기를 먹성이 좋은 스님들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끼니때를 놓치면 종일토록 쫄쫄 굶어야 했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몇몇이 반기를 들었다. 정오가 지나더라도 취식을 허용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무조건 봐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략 오후 1시 안쪽 그러니까 손가락을 땅에 꽂았을 때 그림자의 길이가 손가락 두 마디 이내라면 밥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참으로 소박한 일견 소심한 요구였다.
이른바 이지정으로, 열 가지 경우에 대한 계율 논쟁인 십사비법十事非法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깐깐한 원로들은 이를 불허했고 결국 보수적인 상좌부와 진보적인 대중부로 교단이 분열되는 계기가 됐다. 상좌부(테라와다 불교)는 동남아시아 불교의 낮춤말인 소승불교를 대표하며, 대중부는 훗날 동아시아에서 발달한 대승불교의 기원이다. '밥투정'이 역사를 만든 셈이다.
*참고 : 소승이라는 표현 자체가 대승의 관점에서 기존의 부파 불교를 비하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1950년 열린 세계불교도우의회에선 소승 불교라는 표현은 어떠한 불교 종파에 대해서도 써선 안된다고 결정하였다
|
|
|
|
|
|
|
|
|
|
|
|
|
ⓒ 2001-2004 by Passkorea Co., Ltd. All rights reserved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