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군종軍宗 제도는 해방 후 군 창설과 함께 출발했다. 미군의 기독교적 군종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국전쟁 중이었던 1951 년 육군본부 인사국 안에 군승과軍僧科가 설치된 것이 시초다. 여기서의 승은 스님이 아니라 성직자를 총칭하는 단어였다. 군승과란 명칭은 1952년 6월 개신교와 천주교의 요청으로 군목과軍牧科로 바뀌었다. 군목들이 급여를 받는 정식 장교로 인정받게 된 것도 이 시점이다.
군승과의 명칭 변경에서 보듯, 군종 제도 초창기 불교는 설 자리가 없었다. 곧 군승 파견은 포교 분야에서 종단의 가장 시급한 화두가 됐다. 한국전쟁 당시 자발적으로 참여한 군포교사들의 활약은 군승 제도 도입의 당위성 확립에 기여했다. 정부에 대한 탄원과 협상이 거듭됐다. 아울러 당시만 해도 압도적으로 많던 불자들의 끊임없는 요구가 있었다. 특히 불교세가 상당했던 베트남 내전 파병이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 마침내 1968년 11월 30일 제1기 군승 후보생 5명이 중위로 임관해 월남전에 투입되면서 최초의 군법사가 탄생했다. 한국불교는 이날을 ‘군승의 날’로 삼아 48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기념 법회를 열고 있다.
한국불교 제1종단인 조계종의 군포교는 2005년 군종특별교구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군종교구는 개신교 천주교와 함께 서울 용산 국방부 안에 있다. 현재 군종교구의 지휘 아래 130여 명의 군승들이 전후방 400여 곳의 군법당에서 장병들의 신심 고양과 정신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에는 창군 이래 최초로 비구니 군승(여군 군종장교)이 임관하면서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군승은 흔히 법사法師라고 부른다. 법사란 경률론 삼장에 능통해 부처님 법을 대중에게 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스님을 의미한다. 종단에서 공식적으로 법사라고 인정한 신분은 군법사와 교법사뿐이다. 교법사는 일선 조계종립 중고등학교에서 종교(불교)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를 가리킨다. 반면 군법사는 재가불자인 교법사, 포교사와는 달리 종단의 성직자 곧 스님이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종단에서 파송한 승려다.
군승의 신분은 스님인 동시에 군인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속명을 쓴다. 군종장교로 정식 임관해 군 체계에 소속되며 나라로부터 녹봉을 받는다. 불교신문에서는 군승의 이름을 표기할 때 법명을 앞에 붙이고 속명을 뒤에 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또한 스님이 아니라 법사라 하는 게 관례다. 그래서 '○○ 김○○ 법사'라고 쓴다. 군종교구 관계자는 “최초로 군승을 파견할 때 국방부에 군승의 명칭을 법사로 등록한 데서 유래됐다”고 말했다. '세속오계'로 신라시대 화랑을 지도한 원광 법사의 유지를 계승해 군의 정신전력 강화에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에서 나온 안이다. 하지만 재가 포교사들도 자신을 법사라 소개하는 일이 많아지자, 포교사와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법사’를 '스님'으로 바꿔 국방부에 재등록했다.
군승 제도 초기에는 인력난으로 인해 결혼한 군승들도 많았다. 본래 조계종은 독신승만으로 구성되나 군승에 대해서만은 대처帶妻를 묵인 했다. 그러다 2009년 3월 ‘군승에 한해 독신 규정을 예외로 한다’는 종헌宗意 조항을 폐지하면서 그 이후 임관하는 모든 군승은 비구 스님이다. 그래서 전역을 하면 스님으로 종단에 복귀할 수 있다. 한편 경찰을 교화하는 스님들은 경승 이라 한다. 군승과는 달리 공무원이 아니다. 온전히 스님이다. 경찰서에서 월급을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