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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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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4 19:34:56, 조회 : 1,194,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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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을 하다가 칼날 위에 흰 털이 수북한 것을 보고
새삼 놀라는 것은
남은 세월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비로소 알았기 때문이다.
생사를 벗어나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여 성불해야 하나니
내일이 있고 도 내일이 있다고 기다리지 말라.
剃髮因驚雪滿刀 方知歲月不相饒
체발인설경만도 방지세월불상요
逃生脫死勤成佛 幕待明朝與後朝
도생탈사근성불 막대명조여후조
-진정 극문
이 글은 『치문』에 나오는 늑담사(泐潭寺)의 진정 극문(眞淨 克文,1025~1102)스님의 게송이다. 세상 사람들은 거울을 보다가 머리털이 센 것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슬픔에 젖는다. 옛날 산중에 사는 스님들은 거울도 없었다. 어느 날 머리를 각다가 삭도(削刀) 날 위에 흰 눈이 쌓인 듯 새하얀 머리털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늙었다는 것을 안다. 남은 세월이 얼마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마음이 바빠진다. 생사해탈을 위해서 성불의 길로 들어섰으나 아직 멀다. 부지런히, 또 부지런히 정진할 분이다. 내일이 있고 또 내일이 있다고 미룰 일이 아니다. 진정한 수행자는 머리를 깍다가도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자신을 채찍질할 줄 안다.
요즘은 스님들의 머리 깍는 칼이 3중 면도기로 대체되어 매우 편리하다. 크게 실수만 하지 않으면 뜰 염려도 없다. 한 개의 면도날로 거의 반년은 쓴다. 그런 점은 참 좋은 세상이다. 그러나 한 30년 전만 해도 놋쇠로 만든 삭도를 사용하였다. 어릴 때 해인사에는 삭도를 잘 만드는 스님이 계셨다. 깨어진 징이나 놋양푼을 구해서 부탁하던 생각이 난다. 좋은 삭도는 걸망 중에겐 큰 재산이다. 그러나 그 삭도로는 아무나 칼질을 할 수 없다. 머리 깍는 법을 잘 배워야 한다. 잘 배웠어도 머리를 뜨기 일쑤여서 걸핏하면 피 맛을 본다. 삭도에 얽힌 사연도 많다. 머리를 잘 깍으면 인기도 대단하다. 그런 삭도 위에 눈처럼 쌓이는 흰 머리카락, 거울도 없던 시대에 그 감정을 짐작할 만하다.
마음 비워 / 해운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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