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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 00:11:03, 조회 : 1,167,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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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사찰 대중 전원이 동의하면 소도 잡아먹을 수 있다?
‘사회는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이 모여야 비로소 구성된다'는 말이 있다. 셋이 있어야 다수결과 따돌림이 발생한다. 그리고 서로 간에 지지고 볶으며 결탁과 결별을 반복해야만 사회가 성장한다는 게 갈등론자들의 입장이다. 아울러 이는 그만큼 사람들 간에 의견 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면 부처님은 화합승의 원칙을 견지했다. 다수든 소수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낼 때까지 대화하고 소통할 것을 권했다. 유언으로까지 제자들에게서 다짐을 받았다. “법에 대해 자주 토론하라. 그래야 정법이 쇠퇴하지 않는다. '열반경.”
대중공사大衆公事는 최선의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승가 고유의 방식이다. 대중 전체가 토의에 참여해야 하며, 여기서 의결된 사항은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 ‘대중이 결정하면 소도 잡아먹을 수 있다’는 속담의 유래다. 물론 아무리 완벽한 합의라손 스님들이 잔인하게 살생을 하고 게걸스럽게 육식을 할 리는 만무하다. 그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를 담은 과장법이다.
대중공사는 철저하게 직접민주주의다. 또한 전원합의체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큰스님이라고 발언권을 독점할 수 없으며, 예비 승려에 불과한 사미의 말도 귀 담아들어야 한다. 상하 위계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구성원이 반대하더라도, 결정을 철회하거나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야 한다. 인류사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제도라 추켜세울 만하다.
전통적으로 절 집안에선 대중공사를 통해 모든 대소사에 대한 가부를 택했다. 크게는 주지 선출부터 작게는 절 밖으로 출타를 해도 되느냐까지, 모조리 대중공사를 거쳐야 했다. 객승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일까 말까, 누군가의 잘못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가도 대중공사의 의제다.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 혜조 스님은 “예전엔 섬돌에 신발만 비뚤게 놓아도 대중공사에 부쳐 처분을 정했다”고 말했다.
대중공사는 아침 공양을 마친 뒤의 '약식공사'와 사중寺衆 전체가 참여하는 정식 ‘대중공사' 그리고 본찰의 사중뿐만 아니라 산내 암자 스님들까지 총집결하는 ‘산중공사'로 나뉜다. 약식공사는 일종의 조회와 같다. 각자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그날 절에서 처리해야 할 이런저런 업무 혹은 운력(집단 노동) 계획을 보고한다. 3일 이상 절을 비워야 할 일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행선지와 이유를 밝혀야 한다. 안거 결제 시 선원을 찾은 외지의 납자가 대중에게 인사를 올리며 여기서 3개월을 지내겠다고 허락을 받는 것도 약식공사를 통해서다. 정식 대중공사는 절 안의 중대사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다. 중요한 회의이니 필히 장삼과 가사를 수해야 한다. 산중공사가 제일 큰 규모다. 산불이 났거나 누군가 입적하는 등의 비상 상황 또는 주지와 같은 대표자를 뽑을 때 행한다. 오늘날 승가에서도 ‘전원 참석 전원 합의'를 지향하는 대중공사가 기본적인 의사결정 구조다. 다만 합의에 끝내 실패하면 투표로 대신하거나 대의제를 도입하기도 한다. 국가의 국회에 해당하는 중앙종회가 조계종의 공식적인 대의기구이자 입법기구다.
스님들이 동일한 장소에 거주하는 현전승가現前僧伽에서는 대중공사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인원도 비교적 적은 데다, 시쳇말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만2,000여 명의 스님들이 전국 25개 교구별로 흩어져 있는 사방승가四方僧伽에서 만장일치를 보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종단을 대표하는 총무원장 선출 등 주요 현안은 세간의 보편적인 방식인 선거로 가리는 일이 정착됐다.
하지만 선거는 본질적으로 전쟁이다. 표를 누가 더 많이 모았느냐는 승부이므로 끝내는 세력 싸움과 편 가르기가 횡행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자고 2015년 종단 집행부가 만들어낸 것이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다. 출재가가 골고루 참여해 불교계의 문제와 화두를 다룬다. 종단 내부의 모순과 맹점이 사석이나 술자리가 아니라 공적이고 개방된 자리에서 논의되고 소화된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장 도법 스님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서로가 도반이라는 공동체의식을 성숙시키는 동시에 불교를 변화시키는 주체는 '우리'라는 자부심과 책임감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정치 형태로 세간에서 부상하는 '숙의熟議 민주주의'의 모범이기도 하다.
탁마상성琢磨相成 붕우지은朋友之恩, 존재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바보 셋이 모이더라도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온다.’ 도법 스님이 즐겨 쓰는 격언이다. 좋은 친구와 좋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이다. 무엇보다 대중공사의 궁극적 목표는 결론이 아니라 화합이다. 같이 살자는 것이지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다. 승자독식과 패자멸족의 한국 사회에 긴급하게 요구되는 가치다.
욕불예찬(浴佛禮讚) - 비뮤티(vimut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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