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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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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 23:38:05, 조회 : 1,213,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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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스님들이 담배를 피워도 되나?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어느 소규모 종단의 주요 소임자 회의가 열린 서울 남산 소재 호텔 앞이었다. 한 스님이 버젓이 그리고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주변의 눈총은 따가웠다. 동료 스님 한 명이 작심하고 따졌다. “지나는 사람도 많은데 좀 자제하시죠.” 핀잔을 들은 스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되받아쳤다. “쿨하지 못하게 왜 이러실까. 스님이라고 담배 피우지 말라는 법 있어요?"
담배는 술, 커피 등과 함께 대표적인 기호품이자 가장 말이 많은 기호품이다. 건강에도 좋지 않은 데다 비흡연자에게 담배 연기는 상당한 곤욕이다. 때와 장소, 면전을 가리지 않고 물었다가는 '싸가지 없다'는 불명예가 붙기 십상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사회적 통념에 따른 멸시이고 원성일 따름이다. 흡연이 범법은 아니기에 스님이 담배를 피운다고 잡아 가둘 수는 없다. 다만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이다.
출가자의 행동거지는 철저히 계율에 근거한다. 흡연의 허용여부도 스님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담은 율장을 보면 바로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율장에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구절은커녕 담배는 단어도 찾아볼 수 없어 난감하다. 그도 그럴 것이 끽연용으로 재배되는 담배는 1518년 스페인에 처음 도입됐다. 곧 부처님이 재세할 당시인 기원전 6세기나 율장이 본격 편찬된 1세기 전후는 담배라는 개념조차 없던 날들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충분히 지혜로웠다. 수방비니는 선견지명의 결실이었다. 방편에 따른 율, 즉 시대와 지역에 따라 새롭게 제정되는 율을 뜻한다. 그러니까 비록 율장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당대의 윤리와 관습에 어긋나는 행위라면 무슨 일이든 삼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상의 존경을 받고 싶다면 세상의 풍습과 약속을 따르라는 것이다.
그래도 반론이 있을 수는 있다. 여전히 흡연자가 적지 않고 흡연권은 인간의 적법한 권리 가운데 하나다. 담배가 건강에 직접적인 해악을 끼친다는 논란 역시 지금껏 최종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다. 스님도 스님 이전에 시민이고, 지정된 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운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남들이 우러러보는 성직자의 흡연은 흡연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우스운 헛소리 같지만,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골초들은 솔깃해할 만한 변명이다.
식세기혐계는 수방비니에서 한걸음 더 들어간다. 세상이 꺼리고 혐오하는 것이면 무조건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부처님은 『범망경』에서 출가자의 금기를 성중계와 식세시혐계로 갈라놓았다. 성중계란 살생, 투도(도둑질), 사음(성교), 망어(거짓말)의 사중금으로 행위 자체가 본질적으로 악행인 것을 저지르지 말라는 교시다. 음주를 금지한 것은 세간의 비난을 염려해 만든 식세기혐계의 일종이다. 이 다섯 가지 계율(오계五戒)은 재가자들도 필히 준수해야 한다. 한편 출가자는 재가자와 뭔가 달라도 달라야만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식세기혐계는 디테일이 압권이다.
“물건을 매매하면 안 된다. 집을 사거나 농사를 짓거나 가게를 내어서는 안 된다. 악의를 가지고 타인의 자유를 속박하거나 성공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가축을 키우거나 노비를 부려서는 안 된다. 하루에 두 끼를 먹어서는 안 된다. 음식을 저장하고 두고두고 먹어서는 안 된다. 식사 초대에 응해서는 안 된다. 좋은 발우를 쓰거나 푹신한 이불을 덮어서는 안 된다. 목침이라도 베개를 베면 안 된다. 노래와 음악을 즐기면 안 된다. 일체의 놀이를 해서도 봐서도 안 된다.”
이외에도 많은데 정말 가지가지다. 단적으로 말하면, 그냥 숨만 쉬고 살라는 이야기다. 목숨의 연명 말고는 사실상 허락된 일이 없는 셈이다.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포기하라고 재촉하는 부처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와 같이 하면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 하니 스님의 흡연에 대한 가부는 구태여 논하지 않아도 이미 결정된 셈이다.
말만 앞세우면 하물며 대통령이라도 호되게 까이는 풍속이다. 언행 일치는 개인의 인격을 평가하는 오랜 시금석이다. 조계종은 2015년 9월 『승가청규』를 펴냈다. 가장 큰 의의는 현대 사회 출가수행자의 바림직한 행동 양식을 조목조목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 고가 제품은 착용을 삼간다 ▲ 질병과 요양 등의 이유가 아니면 육식을 삼간다 ▲ 세간의 호화 숙박시설 투숙을 삼간다 ▲ 자동차는 사용 목적에 적당한 차량을 사용하되 검소함을 잃지 않는다 ▲ 회갑 등 개인 축하연은 삼간다. ▲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후원회장 등 선거 관련 소임을 맡지 않는다 ▲ 행장行狀은 사실에 근거해 진솔하게 기술한다 ▲ 항상 경어敬語를 사용한다 등의 항목은 은연중에 퍼진 권위주의와 허례허식과 세속화를 은근히 타이르고 있다.
핵심은 소욕지족, 사적인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공적인 복리와 화합을 위해 진력하는 것이 자비의 일거수일투족이란 교훈이 엿보인다. 끊임없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몸가짐을 극단적으로 정결히 해야 하는 게 스님의 운명이다. 약점을 잡히면 끝장인 요즘 세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열일곱 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그래서 출가를 못한 건지.
향불을 올리고 - 야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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