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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5 01:42:46, 조회 : 1,166,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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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은 나만 존귀하다는 뜻인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두루 알려졌다시피 부처님이 이 땅에 태어나자마자 외친 일성이다.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갓난아기가 말을 했을 리는 없으니, 후대의 각색일 확률이 매우 높다. 아울러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기독교의 세계관은 장엄하다. 부처님의 제자들도 교조敎祖의 첫 한마디에 불교의 핵심을 집약해 담고 싶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못 오만한 어감 때문에 나만 존귀하다는 뜻인가? 개그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천상천하유아독존'은 불교의 지고한 가치인 '본래 부처란 무엇인가를 일러주는 최초의 그리고 최상의 경구警句다. 제대로 이해하기만 하면 마음의 눈을 띄울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나'란 부처님 본인만이 아니라 개별자 전체를 아우른다. '일체중생 실유불성’과 연결되는 맥락이다. 나아가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고 있다'는 말은 각자의 생명은 그 자체로 부처이며 그저 존재함으로써 존귀하다는 논리로 의역할 수 있다. 아울러 누구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이므로 바로 다음 구절인 ‘삼계개고아당안지(온 세상 모든 중생을 편안하게 해주겠다)'가 가능해진다.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부처임을 자각하게 되면, 과거의 치욕과 현재의 절망과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평화의 첫걸음은 나 자신에 대한 긍정이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2010년 불교신문과의 부처님 오신날 특집 인터뷰에서 “부처님의 자화자찬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참뜻을 설명했다. “모든 생명 각자가 스스로 존귀하다는 것을 깨우치라는 경책”이라며 “질투심과 열등감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이들에게 전하는 격려”라고 말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의 당당함과 여유로움은 훗날 중국 당나라 임제 의현 선사에 의해 무위진인이란 개념으로 변주됐다. '자리 없는 참사람'이란 자리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 또는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사람이란 의미다. 신분과 환경에 개의치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으면 무위진인인 셈이다.
물론 내가 존재한다는 건 기쁨보다 슬픔일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하늘 위 하늘 아래나 홀로 우뚝 서 있다라는 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조건, 곧 절대적 고독을 뜻하기도 한다. 누구도 나를 대신 살아줄 수 없으며 대신 죽어줄 수 없다. 혼자서 이끌어가야 하는 인생은 필연적으로 외롭고 고되며 혼란스럽다. 누군가 나의 아픔을 위로해줄 수는 있어도 대속해주지는 못한다. 잘났다고 뻐길수록 실제로는 못난 인간이기 십상이다. 독존을 꿈꿀수록 독존의 현실만 뚜렷해진다. 이웃과 마음을 나눈다지만, 몸에 소속된 마음은 응당 자기의 몸을 위해 복무하게 마련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실존적 비애를 뼈저리게 느끼던 인간이다. “부처님이 돌아가시면 우리는 누구를 의지해 살아가야 하느냐”는 수제자 아난의 탄식에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믿으라”고 다독였다. 자등명법등명, 원래 부처님이 실제로 사용하던 언어인 빨리어 경전에는 등이 아니라 섬島으로 쓰였다고 전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는 각자가 한 개의 섬일 뿐이다. 그리고 섬에 등불을 밝히고 그 불빛에 따라 자신의 길을 슬기롭고 강인하게 헤쳐 가야 하는 숙명을 갖는다. 지금 괴롭고 힘들다면, 누구보다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무게를 순조롭게 버텨내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더러워서 못 살 겠다는 삶도, 그 더러움의 크기만큼 거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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