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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9 05:27:05, 조회 : 1,015,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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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강
無相無空無不空(무상무공무불공)이여
상도 없고 공도 없고 공하지 않음도 없음이여
卽是如來眞實相(즉시여래진실상)이로다.
그것이 곧 여래의 진실한 모습이로다.
心鏡明鑑無碍(심경명감무애)하야
마음의 거울은 밝고 비치는 것이 걸림이 없어서
廓然瑩徹周沙界(확연영철주사계)로다.
확연히 밝게 사무쳐서 무한한 세계에 두루하도다.
萬象森羅影現中(만상삼라영현중)이요
삼라만상이 거울 속의 그림자처럼 나타나 있고
一顆圓光非內外(일과원광비내외)로다.
한 덩어리 원만한 광명은 안과 밖이 아니로다.
豁達空撥因果(활달공발인과)하니
아무것도 없이 텅 비워 인과를 부정하니
茫茫蕩蕩超殃禍(망망탕탕초앙화)라.
어둡고 아득하여 재앙을 불러오도다.
무상무공무불공
無相無空無不空이여
상도 없고 공도 없고 공하지 않음도 없음이여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궤변처럼 들리겠지만,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 본 사람은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상식에는 ‘특정한 모양이 없다[無上(무상)]'면 그것은 곧 공(空)입니다. 하지만 ‘공도 없다[無空(무공)]’고 했습니다. 또 공이 아니라면 그것은 곧 공하지 않은 것[不空(불공)]입니다. 하지만 ‘공하지 않음도 없다[無不空(무불공)]’고 했습니다.
불교에서는 왜 이런 상식에 위배되는 논리를 전개하는가? 소위 상식적인 견해의 출발점과 불교적인 견해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위 상식이란 이분법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무엇’과 ‘무엇이 아닌 것’으로 구분하고는 ‘무엇은 어떻다’고 규정합니다. 예를 들자면 흔히 “사과는 빨갛다”고 말합니다. ‘빨갛다’를 불교에선 성(性) 또는 상(相)이라 합니다.
하지만 그 ‘빨갛다’는 것이 사과의 고유한 특성, 즉 자성(自性)과 자상(自相)인가? 아닙니다. 실제 사과밭에 가서 사과를 관찰해 보세요. 사시사철 색깔이 다릅니다. 사과의 색깔은 인연 따라 끊임없이 생멸 변화하는 것이지,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상관없이 항상 유지되는 색깔이 아닙니다. 이것을 무자성(無自性)이라 하고, 무상(無相)이라 합니다.
항상 빨간 사과가 존재합니까? 그런 사과는 없습니다. 있다가 없는 것이 아니라 본래 없습니다. 그것을 불교에서 공(空)이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소위 상식이란 이름으로 늘 “사과는 빨갛다”고 말하고, 막연히 항상 빨간 사과가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것을 망상(妄想)이라 합니다. 그런 망상을 타파하기 위해 “공하다”고 하는 것인데, 상식적 견해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말을 ‘있다’의 반대인 ‘없다’로 이해합니다.
그것 역시 망상이고 편견입니다. 그래서 다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不空(불공)]”고 하면, 상식적 견해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말을 ‘없다’의 반대인 ‘있다’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또 “없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非不空(비불공)]”고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존재의 실상을 꿰뚫지 못하면 끝내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즉 시 여 래 진 실 상
卽 是 如 來 眞 實 相 이로다
그것이 곧 여래의 진실한 모습이로다
공(空)과 중도(中道)란 무엇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상(實相)에 바탕을 두고 잘못된 견해를 수정하는 것이 공이고, 실상을 깨달아 꺄닭 없는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중도이고, 중도의 삶을 성취하신 분이 바로 여래입니다. 여래가 곧 실상이고, 실상이 곧 중도인 것입니다.
따라서 “여래는 이런 분이다”고 단정 짓거나 “이러이러해야만 여래다”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아직 여래를 모르는 것이고, 실상을 모르는 것이고, 공과 중도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가 스님께서 “여래의 참모습은 모양도 없고, 공도 없고, 공하지 않음도 없다”라고 한 것입니다.
이런 존재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 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것이 중생입니다. 그러니 관념의 틀을 깨버리고 존재의 실상을 바로 알고 존재의 원리대로 조화롭게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교이고 청정한 삶이지, 달리 특별한 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영가 스님도 ‘이것이 여래의 참모습이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신청곡 : 기도하세요(한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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