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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7 12:30:59, 조회 : 1,028,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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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제14분, 상을 떠난 적멸(離相寂滅分)
이상적멸離相寂滅 ‘相을 떠나서 적멸하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의 고통과 번민,번뇌 망상을 살펴보면 대개 相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인의 안목이 아니더라도 인생 문제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알 만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은 허망하고 무상하며 영원하지 않습니다. 상을 떤난다는 것은 상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토록 변치 않는 적멸의 자리를 꿰뚫어보는 것을 말합니다. 앞에서 금강경은 무상위종이라고 하였습니다. 상을 떠나야 상이 없는것이 되므로 이상離相과 무상無相은 같은 말입니다.
상을 떠난 것은 고요, 적멸한 상태입니다. 적멸하다 해서 손발을 묶고, 목석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왕성하게 보시하고, 교화하고, 선행을 하되 마음에 흔적이 없고, 생색을 내지 않는 것이 상을 떠난 삶입니다. 어떤 행위든 상 없이 한다면 적멸한 상태,고요한 상태에서 하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바다에 물결이 아무리 출렁거려도 바다는 늘 물로 있는 상태입니다.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출렁이고 파도가 치더라도 물의 입장에서는 늘 여여하고 적멸입니다.
모든 상을 떠나면 밝은 지혜로만 이해되는 적멸의 실다운 상이 나타납니다. 수보리가 지금까지의 법문을 듣고 감격해서 눈물을 흘립니다. 처음 있는 일이며 희유한 일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깨달음을 말하고 있지요.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사람이 경전을 듣고 신심이 청정해진다면 곧 실상이 밝게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제일가는 공덕, 희유한 공덕을 성취할 것입니다. 부언하건대 실상이란 모양다리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여래는 실다운 상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실상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일체의 모든 법의 진실한 상태를 뜻합니다. 모든 법의 진실한 상태란 본래도 생기지도 아니하고 소멸하지도 아니하며 원만하고 걸림이 없으며, 평등하여 실제로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우주만유보다도 먼저 있으되 시작이 없으며, 우주만유보다 더 뒤에 있으되 마침이 없습니다. 실상은 곧 나이며, 곧 너입니다. 실상은 곧 반야이며, 모든 것의 모든 것입니다. 이러한 실상을 깨달은 사람은 일체 상을 떠났을 것이므로 제일 희유한 사람이여 바로 부처님입니다.
수보리, 깊고 깊은 이치에 체루비읍하다
이시爾時에 수보리須菩提가 문설시경聞說是經하사옵고 심해의취深解義趣하사 체루비읍涕淚悲泣하사 이백불언而白佛言하사대 희유希有하니다 세존世尊이시여 불설여시심심경전佛說如是甚深經典은 아종석래득혜안我從昔來得慧眼으로 미증득문여시지경未曾得聞如是之經이니다
그때에 수보리가 이 경을 설하심을 듣고, 그 뜻을 깊이 깨달아알고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부처님께 사뢰었습니다.
“참으로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와같이 깊고 깊은 경전은, 제가 옛날부터 지금까지 닦아 얻은 지혜의 눈으로는 일찍이 이와같은 가르치심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우리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감동합니다. 그렇다 해도 통곡하는 일은 드뭅니다. 심성이 맑은 수보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뜻을 깊이 이해하고는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면서 통곡하듯이 슬피 울었습니다. 수보리가 뜻을 깊이 이해했기 때문에 그토록 큰 감동을 한 것입니다. 똑같은 경전 말씀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이해합니다. 같은 사람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며, 금년과 내년에 이해하는 것이 다릅니다.
저도 오랫동안 금강경 강의를 해 왔습니다만, 불자들에게 ”예전하고 강의가 어떠하냐?“고 물으면 ”전혀 다르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세월도 흘렀지만, 그간에 경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달라졌고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을 터이니 경전 해설도 달라진 것이 당연합니다.
배우는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금강경을 ‘언제 배웠다’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깨달은 분들의 가르침은 배웠어도 또 배우고, 어제 읽었어도 오늘 또 읽고, 오늘 읽었어도 내일 또 읽어야 합니다. 우리의 이해 정도에 따라 그 뜻이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늘 외우는 천수경, 반야심경, 금강경을 오늘 다시 읽어도 ‘여기에 이러한 이치가 있었던가’ 하는 새로운 이해를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불자들은 경전을 한시라도 손에서 놓으면 안 됩니다. 항상 가까이 해서 자기 자신 안에 본래 깃들어 있는 불성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수보리가 체루비읍하며 부처님께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라고 고하였습니다. 희유하다는 것은 세상에 처음 이쓴 일이고, 드문 일이며, 어려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수보리는 이렇게 뛰어난 경전은 처음이라고 탄복을 합니다.
수보리는 공에 대한 이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제일가는 분인지라 해공제일解空第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금강경 13분까지 듣고는 “부처님의 깨달음은 도저히 깊이를 알래야 알 수가 없다, 그 미묘한 가르침은 너무나도 대단하다.”면서 ‘처음 듣는 경전’이라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실상實相에도 집착하지 말라
세존世尊이시여 약부유인若復有人이 득문시경得聞是經하고 신심청정信心淸淨하면 즉생실상則生實相하리니 당지시인當知是人은 성취제일희유공덕成就第一希有功德이니다 세존世尊이시여 시실상자是實相者는 즉시비상則是非相일새 시고是故로 여래如來가 설명실상說名實相이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이 다음에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얻어 듣고 신심이 청정해지면 곧 실상實相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제일가는 희유한 공덕을 성취한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실상이라는 것은 곧 실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름이 실상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불자들은 누구나 신심을 갖고 있는데, 신심 청정이라는 것은 어
느 순간 그 깊이가 확 달라지는 대단한 신심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들 중에는 부모님 천도재를 지내려 왔다가 불교와 인연을 맺는 이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천도재를 지내는 게 불교인 줄 압니다. 또한 개인적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기도하러 왔다가 절에 다니는 분들도 많은데, 그분들은 부처님을 소원을 이루어주시는 분으로 압니다. 그것도 일종의 신심입니다, 그런 과정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불교에 입문했지만 계속 법문도 듣고, 경전도 읽고, 공부를 해 나가다 보면 전혀 다른 차원의 불교를 이해하게 됩니다. 바로 그런 경우가 신심 청정입니다.
즉생실상則生實相, 곧 실상이 생긴다는 것은 안목이 열려 삶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것입니다. 실상은 형상이 있으면서 없는 것이고, 형상 없는 데서 형상 있는 것까지 볼 줄 아는 것입니다. 있음과 없음이 함께 있음을, 존재의 양면성을 다 수용하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경지가 실상입니다. 중도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불교에 입문하여 불교 신자가 되고, 부처님과 인연을 맺음으로써 여러 가지 소득을 얻습니다. 그런데 금강경, 이 수준 높은 대승경전의 공덕은 마음의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경전을 통해 마음이 툭 터지고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확 풀립니다. 가뿐해집니다. 깃털같이 가볍게 살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공덕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의 가르침을 삼천대천세계만한 금은보화와도 바꿀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표면적인 이해만으로도 공덕이 그렇게 큰데 저 밑바닥까지 깊이 이해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곧 실상이 생긴다 則生實相’라고 하였습니다. 진리의 가르침을 듣고 느끼는 감동, 혜안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서, 굳이 표현하자니 실상인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이라는 용어를 써놓고, 상병相病 들기 좋아하는 중생들이 또 실상이라고 하는 상에 집착할까 봐 다시 즉비의 논리가 나옵니다. ‘그 이름이 실상일 뿐이다’, 실상 또한 여래가 설명하기 위해 편의상 만들어 놓은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의 경우,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이 지은 공덕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부귀영화, 명예 등 온갖 자랑거리에 집착하지 말고 자랑하지 말라는 겁니다. 집착하고 자랑하는 순간 눈이 어두워지고 고통이 따르
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실상에 대해서도 분명히 못 박고 있는 것입니다.
신청곡 : 사는일 눈물나면(심진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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