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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의 불교계소식

 선암사(仙巖寺)의 번뇌(煩惱)
眞虛性宗 2006-10-10 09:24:17, 조회 : 2,272, 추천 : 0
  첨부파일 : 382006100900100_1.jpg (22kb)   다운 :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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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태고종 제30기 합동득도 수계산림 행자법회 참석자들이 대웅전 입구에 벗어놓은 고무신들)


1천500년 역사의 순천 선암사(仙巖寺)는 선수행의 명찰로뿐 아니라 세속적 관점의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그만큼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오묘하고 강하다는 뜻이다.

소설가 한승원 원작의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이곳에서 촬영돼 감독 임권택 씨는 물론 주연배우 강수연 씨를 국제적 영화인으로 부각시켰다. 강씨가 삭발 참회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연출했던 곳이 바로 선암사 법당 앞이었다.

선암사는 이청준 원작의 영화 '취화선'의 촬영사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감독은 역시 임권택 씨. 유랑길에 나선 화가 장승업(최민식)이 가을빛 완연한 이곳에서 단풍과 어우러진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워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뿐인가. '만다라' '씨받이' '경마장 가는 길' '대동여지도' 등 많은 영화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

속세인의 소매를 잡아끄는 힘은 무엇보다 선암사의 고즈넉함에서 나온다. 우리 나라의 유서 깊은 절집 중에서 가장 옛스러운 품위를 간직한 곳이 바로 선암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풍이 자연의 절경과 어우러져 세속인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다.

고찰로 알려진 명찰들은 대개 불사를 거듭하면서 덩치를 부풀려왔다. 산 너머의 송광사만 해도 근래들어 많은 불사를 진행해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얻으면 잃는 법. 불사는 절집을 키운 만큼 고풍을 퇴색시키곤 했다. 선암사가 유명한 것은 불사를 최대한 억제한 가운데, 아니 살림이 어려워 불사가 저절로 억제된 가운데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상 깊은 해우소(解憂所ㆍ사찰의 화장실)로 유명세를 치르는 절이 다름아닌 선암사인 것이다.

이름처럼 신선을 떠올리게 하는 선암사는 분위기가 고매하고 단아하다. 계곡을 따라 산문으로 향하다 보면 기품이 저절로 느껴지는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昇仙橋)와 그 위에 의젓하게 서서 길손을 맞는 강선루(降仙樓)가 인상적이다. 천왕문이 없고, 주련이 생략된 보기 드문 선찰이라는 점에서도 선암사는 유별나다.

이토록 그윽한 향취를 지닌 산중가람이건만 선암사는 근래들어 걸핏하면 안팎의 분규에 휘말리고 있어 안타깝다. 소유는 조계종이 하고 있으나 점유는 태고종이 하면서 법정소송과 몸싸움 등으로 지난 50여년 동안 스무 차례 가량의 시련을 겪어온 것이다. 서울 신촌의 봉원사가 그렇듯이 선암사는 두 종단 사이에 언제든지 분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종단 간의 갈등이 잠잠하다싶자 이번에는 태고종 내부에서 주지 임명권을 둘러싸고 전 주지 측과 총무원 측이 육탄으로 맞붙어 법당의 부처님을 불편하게 한다. 지난 8일 발생한 태고종의 집안싸움은 총무원 측이 '해종행위'의 책임을 물어 전 주지에게 해임을 통보하자 전 주지 측이 총무원장 직무정지가처분 소송과 새 주지 직무대행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양측 모두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상대쪽에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새 주지 측은 종무소에, 전 주지 측은 팔상전에 각기 '진'을 친 채 경우에 따라 재격돌할 태세여서 선암사를 품고 있는 조계산자락에는 긴장이 감돈다.

선암사는 그 멋스러움 덕분에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발길이 잦다. 오는 14일과 15일에는 송광사와 더불어 외국인 문화체험 투어가 이곳에서 있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행사나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스럽다. 예정대로 행사가 치러진다고 해도 외국인들이 무엇을 체험해갈까 싶으니 가슴이 찜찜해진다.

특유의 고즈넉함을 되찾을 때 선암사는 선암사다워진다. 가을빛 붉은 조계산의 계곡에 번뇌의 한숨이 한 켜 한 켜 쌓여감은 그와 같은 선암사의 본래모습이 흔들려서가 아닐까싶다. 다행히 양측이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니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자료출처 : 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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