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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박꽃이 필 때면
松庵 2007-07-24 07:49:21, 조회 : 1,098, 추천 : 0
  첨부파일 : q2.jpg (91kb)   다운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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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픈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눈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작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을 담기에도
벅찬 욕심 많은 내가 있습니다.

- 한용운의 '상자 속 숨기고 싶은 그리움' 중에서 -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박꽃이 핀 모습을 보았습니다.
고요한 달빛 아래 끝도 없이 이어지는 풀벌레 소리에
고향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고
하얀 빛을 뿜어내는 박꽃은
기지개를 켜듯 초가지붕 위를 밝혔었지요.

밤에는 모든 꽃들이 지는 노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건만
하얀 박꽃만은 어둠 속에 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저물녘에 피어나
밤새도록 어둠 속에 흰 빛을 뿜어내고 있는 박꽃은
소박하나 청결해 보이고
날렵하나 무슨 일에도 굽히지 않을 듯 강인해 보이고
처연해 보이지만 의연하였고
수수한 듯 하면서도 맑음과 고독으로 닦아낸 영혼이
어둠 속에서 빛을 내듯
한 여름 밤이슬을 머금고 피어난 박꽃
이른 아침, 찬이슬 잔뜩 머금은 박꽃이
이제는 꽤나 흘러버린 기억 속에 있습니다.

고향집 울타리와 산비탈에
그리고 밭두렁에 주렁주렁 열리는 박은
그저 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풍요로웠습니다.
마당에 널린 빨간 고추와 더불어
그리운 우리의 고향 모습이기도 합니다.

시계가 없던 옛날
여름 해가 너무 길어
언제 저녁밥을 지어야 할지 몰라 애태울 때,
신기하게도 5, 6시 정도가 되면
박꽃이 피어 제때에 맞춰 밥을 하던
그 시절이 물안개처럼 아련히 피어나기도 합니다.

박꽃은 꽃이 앙증스럽기도 하지만
새하얀 색깔은 순결로 표현되기도 해
전기불이 없던 시절 모깃불을 피워놓고
지붕위로 기어 올라가는 박꽃과 박이 주렁주렁 열린
한 여름의 정겨운 그 모습은 이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

법우님 여러분!
이제 장마가 끝나면 곧바로 무더위가 우리 곁을 찾아온다니
도심을 벗어나 휴가를 떠나는 계절이 되었군요.
이번 여름휴가에는 시골 고향의 정취를 느껴봄이 어떨런지요?
올 여름도 안전하고 알찬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백화도량  부용사  송암/지관  합장

신청곡 : 곽성삼님의 ' 멀고 먼 고향'
           범능스님의 '먼산'
적광거사 [2007-07-24] : 스님 반갑습니다. 늘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건안하옵소서._()_()_()_
arirang44 [2007-07-24] : 하얀 박꽃이 별을 불러내면 그 모습에 뒤질세라 바짝 힘을 주어 빛을 발하던 반딪불이의 아름다운 비행이 그려집니다. 무엇으로 그 작은 것은 박꽃을 닮은 빛을 달고서 별에게 하늘아래에도 별이 있음을 말해주던 작은 생명의 신비로움이 반짝이며 맴을 돕니다. 그런 모습들
qncjslatkfkd [2007-07-24] : 스님 법우님들 고이 고이 내안에 담고 싶은 욕심인 제 마음 같아요 ^^_()_
arirang44 [2007-07-24] : 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순수한 우리들의 가슴이면 좋겠습니다. 나이의 층계와는 무관한 영혼의 샘에 그 고운 모습들을 저장하면서 선함만을 쌓아 키우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가슴을 소망하며 아침의 행복에 잠깁니다. _()_
양진월 [2007-07-24] : 박꽃보다 더 박꽃같은 스님께서 피워주신 맑은 하얀맘글 가슴으로 담아갑니다 고맙습니다.
수수꽃다리 [2007-07-24] : 스님께서는 아름다움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내시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하얀 박꽃 보며 보살의 마음 내어 보겠습니다. 늘 감사드리며....
arirang44 [2007-07-24] : 지관스님_()_ 곽성삼님의 멀고 먼 고향이 참 좋습니다. ^^ 구수한 목소리에서 고향의 저녁 굴뚝 연기도 묻어있고 강가에서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풀꽃들의 향기로움도 다 묻어 있습니다. 초가지붕에 둥그런 박 하나 달을 보고 있겠지요... 감사히 잘 듣습니다. _()_
공덕림 [2007-07-24] : 스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_()_ 저 어릴적 해우소 초가지붕에 박꽃이여기저기 피여있을땐...저리 이쁜줄 몰랐는데 ....정말 보기 어려운 박꽃이네요....정겹고 반가운 박꽃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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