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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의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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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04:37:24, 조회 : 1,984,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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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종 칼럼] 선종(善終)과 선서(善逝)
추기경 ‘선종’으로 본 죽음의 표현들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의 돌아가시자 국민적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김 추기경이 천주교만의 성직자가 아니라 국민 성직자였다는 찬사가 나온다. 모든 언론이 다투어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을 중계방송하고 있다. 마치 성철 스님이 입적했을 때를 보는 듯하다.
김 추기경의 타계를 보며, 우리는 각종 언론을 통해 선종(善終)이라는 조금은 생경한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선종이란 무슨 뜻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천주교에서 말하는 선종(善終)은 임종할 때 성사(聖事)를 받아 대죄(大罪)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것을 말한다. 천주교에는 모두 일곱 가지의 성사가 있는데, 그 중에서 임종하기 전에 받는 성사가 ‘병자성사’다. 선종은 문자의 뜻 그대로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마친다’는 뜻의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이다.
천주교에서는 신자가 임종 전에 병자성사를 받고 성체를 모심으로써 모든 죄를 사하고 깨끗한 영혼으로 주님을 뵙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교황뿐만 아니라 병자성사를 받는 모든 천주교 신자는 선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선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선종은 큰 죄를 짓지 않거나 일을 많이 한 사람이 돌아가셨을 때도 사용된다.
선종이란 말이 등장하는 것은 중국 고전 중의 하나인 『장자(莊子)』제6 대종사(大宗師)편에서다. 대종사 편에는 생(生)과 사(死)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다만 사람의 형체를 갖게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데 사람의 형체는 갖가지로 변하여 그 시작과 끝이 없으니 그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즐거움이 된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그 모든 것이 빠져나갈 수 없는 경지에서 노닐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찍 죽거나 늙어 죽어도 좋으며, 태어나서 죽은 것도 좋다(善夭善老, 善始善終). 사람들은 이를 본받으려 하면서, 하물며 만물이 서로 얽혀있고 모든 변화가 달려있는 것은 본받지 않겠는가.”
미주나 유럽의 천주교에서는 선종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교황이든 추기경이든 삶을 마감하면 그들의 용어로 'pass away' 또는 ‘di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선종은 한자문화권에 속한 한국의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독특한 용어인 셈이다. 아마도 천주교에서 장자의 이 표현을 끌어다 쓴 것으로 여겨진다.
한자문화권인 동아시아에는 죽음을 표현하는 용어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중국의 고대의례를 집약한 <예기(禮記)> '곡례(曲禮)' 편에는 같은 죽음이라도 천자는 '붕(崩)', 제후는 '훙(薨)', 대부(大夫)는 '졸(卒)', 사(士)는 '불록(不祿)'이라 하고, 일반 백성은 '사(死)'라 한다고 했다. <삼국사기>는 신라, 고구려, 백제의 모든 왕의 죽음을 '훙(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죽음의 표현으로만 본다면 스스로 제후국임을 자인한 것이다.
죽음에 관한 용어가 다양하기로는 불교를 따라올 곳은 없을 것이다. 열반(涅槃), 반열반(般涅槃)이나 입적(入寂), 원적(圓寂), 시적(示寂), 입멸(入滅) 등은 비교적 잘 알려진 불교에서 죽음을 지칭하는 용어들이다. 생사의 고통을 쉬고 열반에 들었다거나, 적멸(고요)의 경계에 들거나, 그 경계로 드는 모습을 원만하게 보였다는 의미다. 주의할 것은 불교의 죽음에 대한 표현에는 마침(終)의 의미가 없고, 어디(어떤 경계)로 들다(가다)는 의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 의미나 격이 같지는 않지만 불교에는 비슷한 것으로 선서(善逝)라는 표현이 있다. 선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 가지 칭호(여래십호) 중의 하나로 윤회의 생사해에 빠지지 않고 저 언덕(彼岸)으로 잘 간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부처님은 이 세상에 그 몸을 나투실(나타내 보일) 때도 법답게 오시지만(如來) 세상과의 인연을 접으실 때도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신다는 의미다. 선종이 이 세상을 복되게 살다가 잘 마친 이라는 표현이라면, 선서는 여법하게 오셨다가 여법하게 가신 분이라는 표현이다. 여기에는 무시무종의 불교적 세계관이 스며있다.
자료출처 : 미디어붓다(www.mediabuddha.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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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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