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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사 방장스님 동안거 해제 법문
眞虛性宗 2008-02-22 13:26:22, 조회 : 2,309,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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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에서 동안거를 마친 수좌스님들이 걸망을 메고 산문을 나서고 있다. 우화각 아래 개울을 건너는 이들이 석달 안거에서 건넌 것은 무엇일까. [사진=백성호 기자]


꼭 1년 만이었다.

지난해 순천 송광사를 찾을 때도 겨울이었다. 당시 수좌들은 동안거를 나고 있었다. 그때도 선방 구경은 못했다. 대신 침묵 속에 오가는 그들의 ‘결기’를 먼발치에서 지켜봤을 뿐이었다.

20일 송광사를 다시 찾았다. 석 달 동안거를 해제하는 바로 전날이었다. 해가 떨어진 경내는 고즈넉했다. 시커먼 산그림자 위로 솟은 보름달만 휘영청 밝았다.

그 달빛을 밟으며 ‘목우헌’으로 갔다. 거기서 선방의 수장인 유나(維那) 현묵(57) 스님을 만났다. 구산 스님의 제자인 그는 지리산 칠불사에서 7년간 묵언 수행을 하고, 30년 넘게 선방으로만 다닌 선승이다. 그에게 ‘동안거’를 물었다.

이날 수좌승들은 빨래도 하고, 내일 아침 메고 떠날 걸망도 챙기고 있었다. “오늘이 동안거의 마지막 밤입니다. 선방 수좌들의 심정은 어떻습니까?” 현묵 스님은 “해제를 앞둔 수좌들의 마음은 비슷합니다. 먼저 한철 공부를 돌아보겠죠. 그리고 산문 밖 세상으로 행각을 떠나며 어떤 경계를 만날 지를 그려보겠죠”라며 운을 뗐다.

현묵 스님은 부처님 당시의 ‘안거 마지막날 풍경’을 말했다. “안거 마지막날이었죠.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밤에 부처님은 대중 앞으로 나가셨죠.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 대중이여. 석 달 안거 중에 혹시 내가 실수를 했거나, 잘못을 범했다면 부디 자비로 나의 허물을 지적해 주십시오.’ 그러자 제자들이 앞다투어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게 승가에선 ‘자자포살(自恣布薩·승려가 계율을 지켰는지에 대해 대중에게 고백하고 참회하는 의식)’이란 전통으로 내려오죠.”

이날 밤 송광사 선방에서도 ‘자자포살’이 행해졌다. 현묵 스님이 먼저 “90일 안거 동안 나의 허물이 있다면 자비로운 마음으로 지적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수좌승들도 돌아가며 자신의 허물을 물었다. 현묵 스님은 “자신의 허물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죠. 그래서 수행을 하는 겁니다. 수행을 통해 그 허물을 녹이기 위해서죠”라며 “허물에 대한 물음에 설사 대중이 침묵한다고 해도 그걸 ‘무언의 질책’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안거를 마쳐도 ‘내가 아직 비우지 못한 것’을 아는 이는 자신이란 얘기였다. 그래서 중국의 육조 혜능대사는 “도나 진리는 스스로 깨달아서 가는 것이지, 물어서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번 송광사 동안거에는 외국인 스님도 있었다. 인도에서 온 혜달 스님이다. 인도에서도 승려였던 그는 송광사에 와서 다시 비구계를 받았다. 혜달 스님은 “송광사에서 소를 치듯이 수행하는 ‘목우(牧牛)가풍’을 배웠다. 아무리 큰스님이라도 수행자의 본분사를 지키며 수행과 공양, 울력을 대중과 함께 하는 승가의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밤이 깊었다. 별은 더 차갑고, 문 밖 개울물 소리만 크게 들린다. 송광사 선방에선 밤 9시에 취침, 새벽 2시에 일어난다. 취침 시간은 벌써 2시간이나 지났다. 동안거의 마지막밤, 선방 수좌들은 잠이 들었을까. 아니면 뒤척이고 있을까. 산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90일, 대신 ‘나’ 속으로 무수히 파고 내려갔을 90일. 그 석 달 동안 수좌들은 과연 ‘나 속의 무엇’을 만났을까.

산중의 아침은 일찍 밝았다. 새벽 3시30분에 ‘지장보살’을 부르는 예불이 산사에 울렸다. 21일 오전 8시, 강당에선 송광사 대중이 모두 참여하는 포살법회가 열렸다. 그리고 오전 9시, 방장 보성 스님이 대웅전에서 동안거 해제 법어를 내렸다. 방장 스님은 일본의 대표적 선지식이었던 백은 선사의 일화를 꺼냈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여긴 백은 선사는 종횡무진 법문을 설하고 다녔다. 그러다 어떤 거사를 만났다. 거사는 ‘스님이 정말 깨쳤거든 손 하나만 가지고 소리를 내보라’고 말했다. 백은 선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 후 그는 피나는 수행을 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백은 선사는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었다. 그런데 처마 밑의 반신은 마르고, 처마 밖의 반신은 젖는 것을 봤다. 그리고 크게 깨쳤다.”

해제 법어를 듣는 수좌들의 눈을 봤다. 그들은 말이 없었다. 어떤 수좌에겐 ‘법어’가 살아있는 숨결로, 또 어떤 수좌에겐 ‘법어’가 풀어야 할 숙제로 박혔을 것이다. 또한 그 자리가 동안거 한철을 마친 수좌의 ‘현주소’이기도 하지 싶다. 그게 또한 ‘달’과 ‘나’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다.

법회가 끝나자 수좌들은 걸망을 짊어졌다. 그리고 송광사 산문을 나섰다. 석 달의 안거, 그리고 석 달의 행각이다. 어떤 이는 ‘선지식’을 찾아 산사를 누빌 터이고, 어떤 이는 세상의 경계에 자신을 던져볼 터이다. 또 어떤 이는 ‘동안거 한철’의 결과물에 대해 절망도 하지 싶다.

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방장 스님이 한 마디 던졌다. “수좌에겐 해제가 없습니다. 깨닫기 전에는 결제도 해제도 없습니다.” 결국 안거는 겨울과 여름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우리가 숨을 쉬는 일상의 매순간이 안거의 시간이며, 우리가 발을 딛는 생활의 모든 공간이 선방이란 말이었다.


◇송광사=해인사, 통도사, 수덕사, 백양사와 더불어 조계종 5대 총림의 한 사찰이다. 팔만대장경을 모시는 법보사찰인 해인사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는 통도사와 함께 고려시대 16국사를 배출한 송광사는 불·법·승 삼보 사찰의 하나이기도 하다.

◇동안거=여름과 겨울 각각 석달씩 수행승들이 선문 밖 출입을 금하며 선방에서 수행에 정진하는 것으로 ‘안거’ 라고 한다. 인도에서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우기를 피해 수행에 전념하던 전통이 승가에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음력 10월 15일부터 올해 정월 보름까지 계속된 이번 동안거에는 전국 94개 선방에서 총 2222명의 스님들이 수행에 매진했다.


자료출처 :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국경제, 매일경제, 한국일보/20080222/금> 순천=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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