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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의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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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8 05:35:53, 조회 : 1,336,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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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동지법회 법문(20101217).hwp (32kb) 다운 :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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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비해 무척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동지법회에 동참하기 위해 이 자리를 같이하고 계신 신도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은 동지(冬至)입니다. 동지는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 ‘겨울에 도달했다’는 뜻으로, 1년 가운데 겨울의 ‘한복판’을 의미하는 날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이 진짜 겨울인 것이죠.
동지는 잘 아시다시피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밤의 길이가 1년 중 가장 긴 날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고 밤의 길이는 조금씩 짧아집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동지를 ‘작은 설’이라 하여 새해 첫날과 같은 명절로 삼았습니다.
우리 절집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이나 백중, 그리고 새해 정초에 이어 많은 스님과 신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법회를 보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동지가 ‘새해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양력이 생활화 되어있어, 동지가 양력으로 한해의 끝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동지를 맞아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계승할 것은 계승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가족이나 이웃과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습니다. 팥죽의 붉은 색이 삿된 잡귀를 몰아내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잔병이 없어지고, 잘못된 기운을 퇴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오늘 동지법회에 동참하신 불자님들께서도 법회가 끝난 후에 팥죽을 드시면서 잘못된 것은 저 멀리 쫒아 버리고, 좋은 일만 계속 될 수 있기를 기원하셨으면 합니다.
이처럼 불교는 우리 민족 고유의 풍속을 지금까지 잘 계승해 오고 있습니다. 불교만의 의식이나 전통을 고집하지 않고,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풍속을 받아들여, 생활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래된 후 170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 오랜 기간 동안 불교는 단 한 번도 다른 문화를 배척하거나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민족 고유의 전통을 받아들이며 민초들과 호흡을 같이했습니다. 지금 비록 절에 다니지 않는 분들의 조상들도 누구나 다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 살아오셨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자비와 연기 사상의 바탕에서, 이 땅에 꽃을 피운 우리 전통문화와 유형무형의 불교문화재입니다.
불자 여러분. 여러분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실 때 수학여행을 어디로 가셨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아마 한분도 빠짐없이 경주 불국사나 설악산 신흥사, 속리산 법주사 등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오셨을 것입니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모두 불교를 종교로 갖고 있어, 사찰로 수학여행을 다녀 온 것은 아닙니다. 천년고찰로 수학여행을 간 까닭은 불교가 종교 이전에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문화재에는 우리 조상들의 얼과 숨결이 담겨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1700년의 한국불교 역사를 이어오면서 우리 겨레의 마음 깊이, 또한 실생활 깊숙이 불교는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교의 수승한 복으로 이땅에 아름다움을 장엄한 ‘승복변장엄(勝福遍莊嚴)’입니다.
불자 여러분. 우리 민족은 50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리 보다 긴 역사를 지닌 민족이나 국가는 드뭅니다. 정말 오랜 역사를 지닌 민족이라는 사실은 자부심을 느낄 만합니다. 900여 회가 넘는 외침을 받으면서 수많은 문화재들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적지 않은 민족문화유산이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선조들의 정신과 문화가 배여 있는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계승해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국보와 보물을 지정해 놓았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유산 가운데 80% 이상이 불교문화유산입니다. 경주 석굴암과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같은 사실은 불자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일입니다. 우리의 민족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일을 누가 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숱한 고초를 이겨내며 지켜온 것이 누구입니까. 그것은 바로 불교인들이었습니다. 비바람과 더위, 추위를 무릅쓰고 지켜낸 분들이 바로 우리 스님들이며, 신도들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국가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잘 알아야 합니다.
불교문화재는 불교만의 문화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입니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며, 국가는 잘 보존해야할 책무가 있습니다. 특정 종교의 문화재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천년고찰인 부산 범어사 사천왕문이 방화로 전소되고 말았습니다. 범어사 사천왕문 근처에는 스님들의 요사채가 있습니다. 범어사 도량은 대부분이 목조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자칫 잘못 됐으면, 천년이 넘은 범어사 도량 전체가 불타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화재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상식적인 이교도의 방화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니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우리 불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우리 시대에 잃어버리거나 훼손 된다면 부처님과 역대조사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선조들이 물려준 민족문화유산을 부정하거나 소홀하게 여기는 것은 잘못된 자세입니다. 더구나 국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 민족문화유산을 홀대하거나 무시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지난 8일 민족문화유산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그것도 여론을 수렴하거나 야당과 협의하여 통과시킨 것이 아니라 단독 강행처리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태도는 헌법정신을 부정한 것이며, 대한민국의 존립 근거를 훼손한 폭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종단에서는 여권의 새해 예산안 단독강행 처리를 민족문화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에서는 ‘불교계 일부의 반발’로 왜곡축소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에서는 “삭감된 예산을 보전해주면 불교계의 반발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잘못된 견해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법회에 동참하신 신도님들은 여권의 새해 예산안 단독 강행처리의 잘못된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번 사안에 대한 불교계 대응의 핵심은 불교예산 삭감이 아니라 현 정부 출범 후 계속되어 온 민족문화유산 무시 정책과 종교편향 정책에 기인한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국가가 관리 보존해야 할 국가문화재의 80%인 불교문화재에 대해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사찰의 스님과 불교에게만 떠 넘기며 마치 그것을 특혜나 주는 것 처럼 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불교계가 요구한 사업이 아닙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정부가 먼저 한국의 문화유산을 내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템플스테이가 필요하다고 해서 진행한 일종의 ‘국책사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신교계의 반발과 대통령의 편향된 종교 입장을 우선 살핀 정부와 여당에 의해 예산안이 삭감된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동안 민족문화유산의 80% 이상을 보존 관리해 온 불교계의 공(功)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과연 민족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 정부는 불교계의 민족문화유산 보존ㆍ전승 노력을 마치 특정종교에 특혜를 베풀어 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 왔습니다. 이 같은 정부와 여권의 태도는 기독교원리주의에 입각한 종교 편향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도 여러분. 우리 종단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현 정부의 천박한 인식과, 편향된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종단은 더 이상 정부와 여당에 대해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비록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수행과 포교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민족문화유산을 유지 관리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현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차가운 반응은 여권 스스로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팔공산 역사문화공원 백지화, KTX 울산역의 통도사 명칭 삭제 등 불교계를 무시하는 잇따른 정책 결정으로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규제 일변도인 전통사찰보존법과 문화재보호법 등 불교관련 국가법령의 제ㆍ개정이 늦어지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종단에서는 그동안 소통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일 템플스테이 예산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을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 강행처리하고 말았습니다.
신도 여러분. 대한민국 헌법 제23조에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같은 조 3항에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헌법 조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교계의 재산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사찰과의 협의 절차를 생략한 채 국립공원 또는 군부대 용지로 사실상 강제 수용했으며,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통사찰보존법이나 문화재보호법 등으로 불교계의 재산을 끊임없이 규제하고 있습니다. 사찰토지 수용은 공공의 목적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또한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이후 국민과의 논의 과정을 생략하고 소통하지 않은 채 처리한 4대강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되어 첨예하게 대립해온 4대강 문제에 대해, 우리 종단은 화쟁위원회를 통해 국민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화쟁위원회에는 불교계는 물론 천주교, 개신교 등 타종교와 여권 인사들도 참여해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4대강을 포함한 새해 예산안을 단독 강행처리하였습니다. 불교계는 물론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신도 여러분. 한국불교는 1700년의 역사를 이어 오면서 많은 역경을 이겨냈습니다. 조선시대 500년간 억불숭유의 암흑기를 보냈고, 일제강점기에는 왜색불교의 침탈에 맞섰습니다. 해방 후에도 이승만 정권의 친기독교 정책에 맞서 민족불교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난 1980년에는 군사정권에 의해 10ㆍ27법난이라는 전대미문의 참혹한 역사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에 대한 피해보상이나 명예회복에 대해서는 현 정부는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여당의 새해예산안 단독강행처리는 또 다시 우리 불교계에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한국불교 1700년의 역사에서 출가수행자는 물론 신도들도 불법(佛法)에 의지해 파사현정과 정법수호의 길을 묵묵히 걸었으며, 이 같은 힘으로 역경을 돌파했고, 한국불교의 명맥을 계승했음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합니다. 민족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선양하는 활동을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로 폄하하는 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불교계는 현 정부나 여당과는 일체의 대화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도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동지입니다. 1년 가운데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또한 오늘은 팥죽을 이웃과 나눠 먹으며, 삿된 것을 물리치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불교계의 현주소는 마치 동지를 맞이한 듯 합니다. 불교는 물론 민족문화유산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좌절해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1700년의 역사를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불교를 지키는 일은 지금 우리 불자들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또한 민족문화유산을 바르게 보전하여 후대에 물려줄 의무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 제자로서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수행 과 포교에 전념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유한 국가의 불교문화재를 순수하게 우리의 수행과 포교의 정신으로 보존 계승해야 합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소탈하게 관리 유지 보존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민족문화 유산의 소중함을 모르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정부와 여당에 기대를 갖지 않아야 합니다. 비록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지라도, 우리의 갈 길을 가야하고, 불교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오늘 동지법회가 위기에 처한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갖고 있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현 정부에 대해 죽비를 내리는 의미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동지법회에 동참하신 신도 여러분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민족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인 불교와 스님들을 외호하는 역할을 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때일수록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정진하여 불자 본연의 자세를 지켜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를 비롯한 스님들도 종단 방침에 발맞춰 파사현정과 정법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곧 연말입니다. 한 해를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에는 서원하는 모든 일 원만 성취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자료출처 : 대한불교조게종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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