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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상에 고기 대신 꽃을…
眞虛性宗 2012-10-01 06:45:22, 조회 : 1,468, 추천 : 0
추석에 가장 중요한 일은 차례를 지내는 것이다. 개별 제사인 기제사(忌祭祀)와 달리, 추석은 모든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는 연례적인 공식 행사다. 추석의 분위기가 많이 변한 요즘에는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떠났던 여행지에서 조촐하게 차례를 올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관념의 추석은 한 해 농사를 마치고 햅쌀과 햇과일을 제일 먼저 하늘과 조상에게 올리는 날이다. 사실 추석은 불교 본연의 것은 아니다.

석가모니불이 태어난 카필라성에서도 농업을 중시하여 파종식에 국왕이 직접 참여하였지만, 추석이라는 특별한 개념은 없었다. 추석에 행하는 하늘과 조상에 제사 지내는 일이 석가모니불의 진정한 가르침과도 맞지는 않는다.

절에서 하는 일 중에 불교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영가 천도를 위한 제사다. 조상에 대한 제사를 중시했던 동아시아의 유교 문화권 국가들에서나 볼 수 있는 불교적인 특색이다. 유교에서는 효나 조상 숭배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모습의 불교 의례가 생긴 것이다.

차를 공양하는 ‘차례’는 석가모니불의 전생 이야기(본생담)나 현생 이야기(불전담)에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여기서는 향이나 등을 공양하거나 꽃을 공양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오히려 부처님께 차를 공양하는 것은 인도보다는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기록에서 많이 보인다.

불교식 차례와 차례상은
간단하면서도 검박하다
그러나 절에 열심히 다니는
신도들은 대부분 추석 차례상이
풍성해야 한다고 믿는다
불자라면 이제 술 대신 차를
고기 대신 꽃을 올려놓아야 한다

차례, 즉 차를 공양하는 의례는 당나라 회해(懷海, 749-814)스님의 ‘백장청규(百丈淸規)’에서 확인된다. 차례란 한 솥에 끓인 차를 부처님께 바치고 공양 올리는 사람도 마심으로써 부처님과 중생이 하나가 되는 의례라고 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신라 8세기에 활동했던 충담(忠談)스님께서 부처님께 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충담스님께서 차를 올린 것은 음력 3월3일과 9월9일로, 추석 차례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또한 신라 8세기 중엽에 제작된 국보 19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에 있는 연기(緣起)법사의 발원문에 육법공양(六法: 향, 등, 차, 꽃, 과일, 쌀)의 하나로 차 공양이 언급되어 있다.

부처님께 차를 공양하였다고 하여 추석 차례가 불교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추석 차례는 분명히 유교적인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유교의 영향을 받아 부처님께 차를 공양하는 불교식 차례가 생긴 것이다.

불교식 차례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추석 차례에 그러한 법식이 언제부터 적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불교 국가였던 고려는 물론, 유교 국가 조선에서도 제사를 지낼 때 술 대신 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어서 제사에 술을 대신하여 차를 올린 것은 ‘차례’는 음주를 금기시했던 불가의 영향임에는 틀림이 없다.

불교식 차례상은 육법공양물에 국과 세 가지 색의 나물이 더해진다. 이렇게 간단하게 상이 차려진 다음, 차례를 올린다. 부처님과 영가(조상 영혼)를 모신 다음, 제수(제사에 바치는 공양물)를 권한다. 불경을 독송하고 축원문을 올리며, 제수를 나누는 것으로 의식을 마친다.

차례를 마친 후에 가족들은 둘러 앉아 음복(飮福)하면서 서로 조상을 기억한다. 축원문은 조상의 극락왕생과 모든 사람들의 성불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불교식 차례와 차례상은 이와 같이 매우 간단하면서도 검박하다. 그러나 절에 열심히 다니는 신도들 대부분은 추석 차례상이 풍성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방마다 상차림이 다르지만, 술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소고기나 돼지고기, 생선도 빠지지 않는다. 그래야만 잘 차렸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불자라면, 이제 술 대신 차를, 고기 대신 꽃을 추석 차례상에 올려놓아야만 한다.


출처 : [불교신문 2852호/ 9월29일자]
배재호 | 논설위원·용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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